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발표한 무역 관세 부과 조치가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발표 직전부터 시장에서는 큰 변동성이 감지됐고, 투자자들은 자산을 매도하기 위해 대거 거래소로 이동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가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당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XRP 등 주요 암호화폐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고, 이후로도 비관적인 시장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기자회견이 임박하면서 투자자들의 거래소 이동이 급증했다. 한 개 블록에만 2,500 BTC가 이동된 사례도 있었으며,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는 고래 투자자로 보이는 계좌들로부터의 BTC 입금이 집중됐다. 이더리움과 XRP 역시 급등한 거래소 유입량을 기록했다. ETH의 경우 시간당 8만 개, XRP는 1억 3,000만 개에 달하는 전송량을 보여 전날의 1,000만 건 수준과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CryptoQuant는 이러한 움직임이 정책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매도 준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자회견 중 BTC는 6.2%, ETH는 7%, XRP는 5% 하락했다. 당일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투자 심리는 위축됐다. BTC와 ETH의 무기한 선물 계약 미결제약정은 각각 30만 4,000 BTC, 10만 ETH로 줄어들며 하락세가 반영됐다. 이는 트레이더들이 롱 포지션을 정리하거나 하락에 대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격 하락과 동시에 미결제약정이 감소하는 것은 청산 혹은 매도 우위 심리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미국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수요도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코인베이스 BTC 프리미엄은 발표 전 0.04%에서 발표 후 0.03%로 하락했다. 크립토퀀트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려면 미국 투자자들의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Bull Score Index는 올해 1월 이후 최저치인 20에서 수 주째 머물며 약세장 신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과거 하락기에도 등장했던 지표로, 현재의 시장 상황이 단기 반등보다는 장기 조정의 국면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