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월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향후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해방의 날' 관세 시행에 앞서 재고를 미리 확보한 데 따른 결과다.
미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은 3월 한 달간 미국이 수입한 상품 규모가 3,427억 달러(약 493조 4,800억 원)로 전월 대비 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은 무역수지 적자도 1,620억 달러(약 233조 원)로 불어나며 사상 최악 수준을 갱신했다.
이번 수입 급증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부터 발효한 강경한 관세 조치의 영향을 피하기 위한 사전 대응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외국산 제품에 10%의 수입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무려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무역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 관세는 90일의 유예 기간을 두긴 했지만 시장은 이에 앞서 대규모 구매를 통해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매튜 마틴은 “3월 무역 데이터는 뒤늦은 지표로, 실제 관세 인상 효과는 기초 데이터에서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4월부터 적용된 높은 실효세율은 수입 감소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수입 증가가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총생산(GDP) 산출 방식상 수입은 산식에서 차감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질 성장률 지표를 끌어내리게 된다. 이에 따라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운영하는 GDP 전망 툴인 ‘GDPNow’도 1분기 성장률을 연율 기준 -2.7%로 하향 조정했다. 이 수치가 확정될 경우 미국 경제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이번 기록적인 수입 증가와 이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시장에 미친 강력한 선행 효과를 잘 보여준다. 동시에, 4월 이후 본격 적용될 관세 부담은 미국 내 소비자 행동과 기업 시장 전략, 전체 경제 지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발표될 2분기 무역지표와 국내총생산 수치는 이러한 정책 변화에 따른 여파를 명확히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