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자사의 생성형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위한 새로운 프리미엄 요금제를 출시하며 유료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 선보인 ‘맥스(Max)’ 요금제는 기존 ‘프로(Pro)’ 요금제의 사용량 한계를 지적했던 전문가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클로드 맥스 요금제는 월 100달러(약 14만 4,000원)와 200달러(약 28만 8,000원)의 두 가지 옵션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프로 요금제 사용량의 5배, 후자는 무려 20배에 달하는 확장 사용량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경쟁사 오픈AI(OpenAI)의 월 200달러짜리 ChatGPT 프로 요금제와 유사한 가격대로, AI를 업무 협업 도구로 상시 이용하는 소위 ‘파워 유저’들을 공략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앤트로픽은 이번 유료화 전략을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닌, 기능 중심 차별화로 접근하고 있다. 클로드 맥스 구독자는 기본 사용량 증가 외에도 우선 기능 접근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예를 들어 음성 기반 상호작용 기능은 향후 클로드에 도입될 예정이며, 이 기능은 맥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선공개된다. 이는 새로운 기능에 대한 조기 사용자 피드백을 수집하면서 동시에 프리미엄 구독 유인을 높이는 ‘이중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요금제 개편은 AI 서비스 전반에 걸쳐 가격 체계를 정교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기존 무료 사용자는 제한된 문서 요약이나 정보 분석 등에 머물렀지만, 맥스 요금제는 마케터,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등 고부가가치 직종의 생산성을 배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시간당 수십만 원 이상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전문가들이 클로드를 통해 프로젝트 효율을 단 몇 시간 만에 끌어올린다면, 월 200달러 지출도 합리적인 투자로 인식될 수 있다.
맥스 요금제 출시는 클로드의 최신 모델 ‘클로드 3.7 소네트(Sonnet)’ 공개와 맞물려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이 모델은 기존보다 우수한 추론 능력을 제공하며, 코드 작성, 갈무리 요약, 복합 의사결정 등 고난도 작업에서 성능 개선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앤트로픽은 고사양 연산 자원이 필요한 이와 같은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 프리미엄 요금제를 통한 수익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2024년 연간 매출은 약 14억 4,000만 달러(약 2조 700억 원)에 도달했으며, 기업 가치는 615억 달러(약 88조 5,6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오픈AI 또한 프리미엄 요금제 도입 두 달 만에 3억 달러(약 4,320억 원)의 연 매출 증가를 기록해, 생성형 AI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요금제 개편은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업계의 궤적과 맞닿아 있다. 과거 어도비(Adobe), 마이크로소프트(MSFT), 세일즈포스(CRM) 등도 처음엔 단일 가격 모델로 시작했지만, 고객 세분화에 따라 점점 복잡한 요금제를 채택해 왔다. AI 업계는 이 과정을 훨씬 빠른 속도로 압축 경험하는 중이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맥스 요금제를 통해 AI를 단순 실험이 아닌 *업무 필수 인프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사용량 기반 요금제 등 미세 조정된 가격 책정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생성형 AI 시장의 유료화 프레임이 한층 다층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