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인정하며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가오는 2022년 세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2021년 12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3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인정하며 국채 등 채권매입 축소 규모를 현재 매달 1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했던 경기부양책을 사실상 완전 철회하는 조치를 취하게 됐다.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은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지만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채권 매입 규모를 매달 150억 달러씩 줄여왔다. 하지만 15일, FOMC의 결정에 따라 축소 규모를 300억 달러로 늘렸고, 2022년 6월 종료 예정이었던 경기부양을 위한 채권 매입은 3개월 앞당겨진 2022년 3월 조기 종료된다.
채권 매입이 종료되면 연준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FOMC는 정례 회의를 통해 채권 매입 축소 의견을 모으면서 2022년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별도로 공개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중 10명은 내년 금리를 0.88~1.12% 인상을 예상했으며 5명은 0.63~0.87% 인상을 전망했다. 9월 회의 이후 발표된 점도표에서는 2022년 역시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암호화폐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보통 암호화폐는 물가 상승 등을 통한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시중의 달러 유동성이 감소하고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암호화폐의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만 연준의 테이퍼링 가속화 소식이 들려온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잠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인마켓캡 기준 12월 15일 비트코인 가격은 4만 6000달러 수준이었지만 해당 소식이 발표된 이후 4만 9000달러까지 급등했다.
이에 대해서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12월 FOMC 정례 회의에서 이보다 빠른 테이퍼링과 더 빠른 금리 인상을 우려했었고 이로 인해 암호화폐는 가격은 급락했다”라며 “비트코인 가격은 12월에만 15%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우려한 만큼의 조치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12월 급락했던 시세에 대한 조정으로 상승세를 보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줄이고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이 11월 30일 상원 회의에 참석해 급등하는 물가상승률과 이에 대한 테이퍼링에 대해 덧붙였던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철회했으며, 연준 관계자들이 2024년까지 기준금리가 2.1%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등 연준의 금리 인상 조치를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6.8% 상승했으며 이는 39년 만에 최고치였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임금 인상이 겹치면서 추후 물가 상승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