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법정화폐 '세켈(shekel)'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불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2021년 들어 더 많은 중앙은행들이 후발주자로 디지털 화폐 개발 움직임에 가세하면서 전 세계 디지털 경제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2021년 5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많은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세켈의 발행 가능성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대안 결제 수단으로 CBDC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 배경을 밝혔다.
다만 다수의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도 디지털 화폐의 공식적인 발행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디지털 세켈의 발행 타당성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중앙은행 부총재가 이끄는 이스라엘은행운영위원회를 조직했다.
위원회는 두 가지 CBDC 모델 초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개인이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중앙은행으로 자금을 보낼 수 있는 앱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CBDC를 지원하기 위해 상업 은행, 핀테크 기업, 애플·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중개 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CBDC 장단점 살핀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세켈 발행이 가져올 이득이 비용과 잠재적 위험을 능가할 경우에 실행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디지털 세켈의 잠재 이득으로 △현금 사용 감소를 통한 그림자 경제 개선 △국경 간 결제를 위한 효율적이고 저렴한 인프라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디지털 결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결제 시스템 백업 보장 등을 거론했다.
다만, 개인이 디지털 화폐를 통해 중앙은행과 직접 연결되면 기존 금융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은행의 신용 발행 역량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은행은 CBDC의 위험 수준을 확인하고 개인이 취급할 수 있는 금액에 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21년 7월까지 CBDC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토큰포스트 제3차 암호화폐 설문조사'를 통해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참여하기)
디지털 경제에 디지털 화폐 불가피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17년에도 CBDC 발행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연구팀은 1년 만에 CBDC 발행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대부분 CBDC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거나 서두를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가 급속도로 확장되는 가운데 다수의 CBDC 연구, 개발, 실험이 진행되고 디지털 화폐를 현실화해가는 대형 경제국들이 등장하면서 서둘러 CBDC 개발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달러 위상, 발전된 금융 인프라 등으로 CBDC 개발에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일찍 CBDC 개발에 들어간 중국이 일반인 대상 실험까지 진행하면서 정부 안팎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비영리 단체 '디지털달러프로젝트(Digital Dollar Project)'는 연준의 디지털 달러 발행을 도울 수 있는 실제적인 데이터를 마련하기 위해 1년 동안 5개의 CBDC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CBDC 개발 후발주자들 속속 출격
주요 경제국이 움직이자 후발주자들도 CBDC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의 장점과 위험성을 연구하고 있다. 은행은 디지털 텡게 파일럿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관련 공개 자문을 받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CBDC가 현금이나 무현금 지불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결제 솔루션과 병행해 사용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아도 CBDC 출시를 추진 중이다. CBDC 사업 관련 기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바레인 중앙은행과 아랍은행(The Arab Bank)은 JP모건과 협력해 디지털 화폐 결산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2020년 10월 CBDC '샌드달러(Sand Dollar)'를 출시한 바하마 중앙은행은 2021년 여름 CBDC 보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미 다수의 금융기관이 모바일 월렛을 샌드달러 플랫폼과 통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모바일 샌드달러 월렛과 상업은행 시스템을 연동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BDC는 더 많은 소비자가 주류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고 금융 포괄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국내 뿐 아니라 국경 간 결제 효율도 개선할 전망이다.
반면에 정부가 개입하는 만큼 유연성이나 자유도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오 창펑(Zhao Changpeng) 바이낸스 CEO는 3월 10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CBDC는 대부분 많은 통제를 받게 될 것이고 암호화폐와 같은 수준의 자유를 제공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PwC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CBDC 개발에는 바하마, 캄보디아, 중국 등이 앞서고 있고 금융 기관 간 거래를 개선할 도매 CBDC 개발에는 태국,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