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국가 법정화폐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가운데 바하마가 소매 CBDC 개발 부문을 선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최초 발행을 준비 중인 중국은 3위를, 우리나라는 9위에 올랐다.
각국 CBDC 개발 현황을 분석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의 보고서 '2021년 CBDC 글로벌 인덱스'에 따르면 바하마는 소매 CDBC 개발 부문에서, 태국이 도매 CBDC 개발 부문에서 가장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PwC는 CBDC를 소매 사용과 도매 사용 두 유형으로 나누고 이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CBDC 도입 수준을 조사했다.
소매용 CBDC는 개인과 기업이 직접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현금이다. 도매용 CBDC는 금융기관으로 사용이 제한되는 것으로 은행간(interbank) 결산 등을 목적으로 한다.
PwC는 해당 인덱스가 "CBDC 도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 진행 현황, 중앙은행 입장, 대중 관심을 보여주는 종합적인 지표"라고 설명했다.
PwC는 2021년 주목해야 할 CBDC 트렌드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는 CBDC 프로젝트가 상당한 견인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이래 60개 이상의 중앙은행들이 2014년부터 CBDC를 연구하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에 점차 속도가 붙고 있으며 일부 실제 도입 단계에 진입한 프로젝트도 나오고 있다.
브느와 쉬로(Benoit Sureau) PwC 프랑스·머그레브 지부 파트너는 “60개 이상의 중앙은행이 이미 CBDC 경쟁에 진입해있다. CBDC는 국민과 기업에 대안 결제 솔루션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할 게임체인저(game-changer)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결제은행,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경제포럼 등 공공 부문이 적극 나서는 등 CBDC에 대한 제도적 참여도 생태계 전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바(Kristalina Georgieva) IMF 총재도 4월 14일 한 연설에서 취약 계층에 가장 큰 혜택으로 돌아갈 전 세계 각국의 디지털 화폐 전환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번째로 소매용과 도매용 두 설계 유형에 따른 프로젝트 진행 양상에 주목했다.
소매용 CBDC 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진전을 보이고 있다. CBDC를 통한 금융 포괄성과 금융 디지털 전환이 주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하마의 샌드달러와 캄보디아의 바콩은 이미 실가동에 들어갔다.
도매용 프로젝트는 첨단 은행 간 결제 시스템과 자본 시장을 보유한 선진국에서 주로 진행된다. 도매용 CBDC 프로젝트는 아직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고 있다.
도매 프로젝트 중 70%는 파일럿 단계를 실행 중이며 소매 프로젝트 중 23%가 구현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 부문 바하마, 캄보디아, 중국 선두
소매용 CBDC 부문에서 바하마는 100점 만점에 92점을 받아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캄보디아는 83점으로 2위에 올랐다. 주요국 최초 발행을 예상하는 중국은 75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는 71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바하마는 2020년 10월 CBDC '샌드달러(Sand Dollar)'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바하마는 제공 월렛 간 상호 운용성을 높이며 전면적인 상용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PwC는 "바하마 전 국민이 모바일 앱이나 실물 결제 카드를 통해 샌드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 소득, 지출 등 수집 자료가 소액 대출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4년 소매 CBDC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20억 위안(약 300만 달러) 이상의 거래를 실시하는 등 시범 활용 단계에 이르렀다. 2022년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광범위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1점으로 소매 CBDC 전체 부문에서 9위를, 아시아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CBDC 잠재 활용을 모색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22개월 동안 3단계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매 부문 태국, 홍콩, 싱가포르 선두
은행간 결제에 사용되는 도매용 CBDC 부문은 100점 만점에 80점을 확보한 태국과 홍콩이 선도하고 있다. 각각 CBDC 프로젝트 인타논과 라이언록을 추진하며 상호 협력하고 있다.
홍콩 통화청은 2017년부터 도매 및 국경 간 결제를 위한 CBDC 연구 개발을 시작했다. 태국은 2018년 CBDC 개발에 착수해 2019년 프로토타입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75점으로 3위에 올랐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는 각각 69점, 68점, 64점으로 뒤를 이었다.
도매용 CBDC 프로젝트는 소매용 프로젝트와 비교해 연구 기간은 짧지만 시범 가동 단계가 길다. 아직 실가동에 들어간 도매 CBDC 프로젝트는 없지만 높은 수준의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매용 CBDC 프로젝트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국경 간 결제다. 중앙은행들은 국가 간 연결성 및 프로젝트의 상호 운용성을 실험하기 위해 다른 중앙은행과 협력하고 있다.
홍콩 통화청과 태국 중앙은행, 싱가포르 중앙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 유럽연합은행과 일본 중앙은행,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과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등이 CBDC 공동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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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88%, 블록체인 채택
PwC가 주목한 셋째 CBDC 트렌드는 블록체인 기술은 사용이다.
파일럿이나 생산 단계에 있는 CBDC 프로젝트의 88% 이상이 블록체인을 기반 기술로 선택했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 꼭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점이 기반 인프라 채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PwC가 주목한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은 안전한 가치 공유와 소유권 양도를 위한 통합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프로그래밍 기능도 블록체인 기술 강점으로 꼽혔다. 블록체인을 통해 CBDC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통화 수단을 가능하게 한다. 사전에 설정한 조건에 따라 자동 결제도 실행할 수 있다.
투명한 감사 추적 기능, 기밀성 설정 기능, 아토믹스왑(atomic swaps)을 통한 타 디지털 자산과의 상호 운용성 증대도 장점으로 거론됐다.
CBDC, 금융 현대화 앞당긴다
PwC는 CBDC가 글로벌 통화 지형을 현대화하고 결제와 금융 인프라를 재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BDC가 결제와 금융 인프라에 통합될수록 기업과 금융기관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수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헨리 아슬라니안(Henri Arslanian) PwC 파트너, 글로벌 크립토 수석은 "CBDC는 화폐 발전의 큰 기점"이며 "CBDC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앙은행 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접하게 될 일반 대중"이라고 말했다.
폴 츄(Paul Chew) PwC 미국 지사 금융 서비스 기술 수석은 "CBDC는 현금을 디지털화하고 결제 속도를 개선하며 경기부양책 자금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이든 존스(Haydn Jones) PwC 영국 지사 블록체인·암호화폐 수석은 "중앙은행이 담보하는 디지털 화폐는 공급망, 증권 결제, 소셜미디어 플랫폼 연결 등을 지원하는 미래의 디지털 생태계에 화폐를 완전하게 통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