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는 2021년 3월 19일(이하 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간 상호 운용을 통해 비효율적인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BIS는 많은 중앙은행들이 CBDC를 연구하면서 자국 메시지 표준과 금융 시장 운영 시간 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경 간 결제에 마찰을 일으키고 시스템 리스크와 복잡성을 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 '다중 CBDC 협약과 국경 간 결제의 미래(Multi-CBDC arrangements and the future of crossborder payments)'는 단일 프레임워크에 여러 통화를 포괄하는 다중 CBDC 시스템(multi-CBDC)이 상호 운영성을 높이고 국경 간 결제가 가진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심화되는 국경 간 결제 문제
국경 간 결제는 중개기관과 규제 준수 관련 높은 비용과 느린 처리 시간, 불확실한 환율, 예측할 수 없는 수수료, 국가 간 개장 시간차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FMCBG)와 국제결제은행 지급결제위원회(BIS CPMI)가 작업하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BIS는 국경 간 결제 관련 문제가 점점 두드러지는 이유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국제 결제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환거래은행(correspondent banks)의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외화 사용 증가다.
환거래은행은 외국환을 원활히 거래할 수 있도록 자국 은행과 해외 은행 사이에서 업무를 지원하는 은행이다. 중앙 아프리카, 남비, 캐리비안 지역 내 환거래은행 수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30% 줄었다.
개인의 해외 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해외 송금이 가진 불편 사항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전자상거래, 관광, 이주노동자 송금 부문에서 개인의 외화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저소득 국가와 중간 소득 국가에 들어가는 해외 송금 규모는 2019년 IMF 기준 5510억 달러에 이른다. 관련 수수료는 2020년 세계은행 기준 평균 6.8%로 350억 달러 상당이다.
해결책은 'CBDC', 리브라는 '부적합'
보고서는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디엠(Diem, 전 리브라)을 여러 차례 언급하는 가운데 국경 간 결제 문제에 있어서 각국 CBDC의 상호 운용성 개선이 민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 나은 해결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2019년 6월 리브라를 처음 공개했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가 글로벌 화폐 개발 움직임을 보이자 각국 정부와 규제기관은 통화 정책, 금융 안전성, 프라이버시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반대에 나섰다.
리브라 운영기관인 리브라협회는 미국 달러, 유로화, 엔화 등을 포괄하는 다중 통화 바스킷 기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구상했다가 규제 저항을 완화시키기 위해 단일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출시 방향을 틀기도 했다.
리브라 출시는 여전히 길이 막혀있지만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와 함께 전 세계 중앙은행의 CBDC 연구 흐름을 촉발시켰다.
BIS는 "다중 CBDC 방식은 민간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 바람직하다"면서 "전환 가능한 국가 통화의 다양성을 높이고 디지털 시대에 통화 주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큰포스트 주요 기사를 뉴스레터를 통해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mCBDC, 세 가지 모델
BIS는 국경 간 결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CBDC를 상호 운용하는 다중 CBDC(mCBDC)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능한 CBDC 모델로 △호환가능한(compatible) CBDC 시스템, △상호연결(interlinked) CBDC 시스템 △mCBDC를 위한 단일 시스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모델은 메시지 형식, 데이터 요구사항,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일반적인 기술 표준을 사용하고 법률, 규제, 감독 표준을 조율해 상호 호환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공통 표준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은 조율 단계부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다. 기존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개선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 모델은 각국 CBDC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이다. 공유 기술 인터페이스나 공동 청산 매커니즘, 두 가지 형태가 가능하다. 수압과 유속이 다른 수도관을 연결하는 것처럼 복잡한 작업일 수 있다.
세 번째 모델은 여러 CBDC를 단일 규정을 가진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동되게 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태국, 홍콩의 CBDC 연구 인타논(Inthanon)과 라이언록(Lion Rock)에서 사용됐으며 BIS 혁신연구소, 중국, UAE의 중앙은행으로 확대됐다.
CBDC 경쟁력 강화가 최선의 방어
BIS는 "일찍부터 공개적인 조정 작업을 진행하면 의도하지 않은 장벽이 생기는 것을 막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민간 글로벌 통화의 광범위한 사용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호환 가능하며 경쟁력 있는 다양한 서비스 시장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CBDC가 진정한 공공재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은행, CBDC 연구 개발에 박차
전 세계 은행들은 CBDC를 새로운 지불 방안으로 연구하고 있다. 중국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 자메이카, 러시아 등은 2021년 CBDC 실험을 준비 중이다.
BIS는 1월 27일 6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대다수의 CBDC 연구가 개념적 단계에서 더 발전된 실제 실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IS는 3년 내 전 세계 인구 20%를 대표하는 중앙은행들이 범용 CBDC를 발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BIS는 CBDC 연구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CBDC 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연내 파일럿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CBDC가 전반적인 결제, 금융, 상업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디지털화폐가 필요하다면 중앙은행이 발행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