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11일(현지시간) 월가 개장에 맞춰 상승 흐름을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을 크게 하회하며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가 강하게 반영됐다.
코인텔레그래프 마켓 프로와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최고 $83,245(약 1억 2,150만 원)를 기록했다. 이날 공개된 3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으며,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3.3%를 하회한 수치다. 핵심 PPI도 하향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PPI의 하락 원인을 최종 수요 상품 가격의 0.9% 하락과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의 0.2% 하락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투자 분석 매체인 코베이시 레터는 X(구 트위터)를 통해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PPI가 전월보다 0.4% 하락했다"며 "현재 소비자물가지수(CPI)와 PPI 모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이러한 긍정적인 물가지표에도 불구하고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S&P 500은 0.2%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큰 변동 없이 마무리됐다. 이는 미국이 무역전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경제 지표가 정책 정당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미카엘 반 데 포페는 "PPI가 기대 이하로 나왔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세적인 무역 관세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무역전쟁만 해결되면 시나리오가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 흐름을 자극한 또 하나의 매크로 요인은 미국 달러화 약세다. 이날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인덱스(DXY)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00을 하향 돌파했다.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달러의 약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DXY 하락은 비트코인 상승세를 선행했던 지표다. 인기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벤처파운더는 X를 통해 "전통적으로 DXY 하락은 비트코인에 강한 상승 신호"라며 "현재 DXY에 강한 하락 다이버전스가 나타나고 있으며, 다음 지지선은 90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같은 통계적 조건이 과거 두 차례 비트코인 급등장을 예고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RSI(상대강도지수) 추세선 분석도 DXY의 중장기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적 지표도 비트코인 강세에 우호적인 구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