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가경찰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유명인 가짜 영상과 허위 수익 약속으로 피해자를 속인 암호화폐 사기 조직을 해체하고, 총 6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한 피해자가 62만4000유로(약 70만 달러)를 잃었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되었으며, 수사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200명 이상이 총 1900만 유로(2150만 달러 상당)를 피해 본 사실이 드러났다.
사기범들은 유명 인사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생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하는 암호화폐 투자 기회를 홍보했다. 피해자들이 초기 투자 이후 원금 회수를 요청하면, '계좌 해제를 위해 추가 송금이 필요하다'는 말로 반복적으로 자금을 갈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용된 암호화폐의 종류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회수된 피해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조직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두바이로 도피를 시도하던 중 체포되었으며, 피의자들은 현재 사기, 자금세탁, 문서위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 연령대는 34세에서 57세 사이였다.
이번 사건은 최근 급증하는 암호화폐 관련 AI 기반 사기 수법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짜 영상, 유명인 SNS 계정 해킹, 바이럴 마케팅 수법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밈코인이나 펌프앤덤프(Pump and Dump) 수법으로 단기간에 시세를 부풀려 현금화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에도 밴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 슬래시(Slash)가 자신의 X 계정이 암호화폐 사기에 악용된 뒤 SNS를 떠난다고 밝혔다. 앞서 디올(Dior)의 인스타그램 계정 역시 해킹되어 가짜 솔라나 기반 토큰을 홍보하는 데 이용되었으며, 해당 토큰은 한때 시가총액이 28만 달러까지 올랐다가 90% 폭락했다.
또한, AI 기반 분석 플랫폼 카이토AI(Kaito AI)와 창립자 유 후(Yu Hu)의 X 계정도 해킹되어 ‘지갑 해킹 경고’라는 허위 정보를 게시하며 혼란을 야기했다. 이처럼 SNS 계정 탈취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단기 시세 조작에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이뮤니파이(Immunefi)에 따르면, 2025년 2월 한 달간 암호화폐 생태계의 전체 피해액은 15억2800만 달러로, 1월의 약 7390만 달러에 비해 20배 급증하였다. 이는 9건의 대형 해킹 사건으로 인한 피해였으며, 전년 동기 대비 18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전문가들은 "AI와 소셜미디어 결합으로 사기 방식이 정교화되고 있다"며, 투자자는 수익률보다 출처와 검증을 우선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의 이름이나 얼굴을 내세운 광고에 대해서는 반드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고수익 보장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