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두 달 연속 급락세를 보이며 금융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달러 인덱스는 4월 들어서만 4.3% 하락, 만약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2년 11월 이후 최악의 월간 수익률이 될 전망이다. 3월의 3.2% 하락세와 합쳐질 경우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부진한 두 달 연속 실적이다. 달러 자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경제의 핵심 자산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통상 경기 불안 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 국채와 달러 가치가 함께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엔 국채 수익률은 급등하고 있는 반면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며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달러 기반 자산, 특히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미 국채의 안정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미즈호파이낸셜(MUFG)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고 주요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가 완화되는 양보 조치가 발표됐음에도, 이 같은 정책 엇박자 자체가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평가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최대 채권국 중 하나지만, 2021년 말 이후 보유채권 규모를 약 25% 줄였다. 중국은 점진적으로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탈달러화*를 지지해 왔으며, 미국과의 갈등 격화에 대한 대응 전략의 일부로도 해석된다. 옐런은 그러나 중국이 공격적으로 미 국채를 매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그런 일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경기와 금융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불신을 회복할 여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MUFG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의 일관성을 결여한 채 관세 철회와 추가 부과를 반복하며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정 복원을 위해서는 트럼프 정부가 대중 관세 전면 철회에 나설 필요가 있으며, 의회 역시 예산 적자 축소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달러 회복의 뚜렷한 계기를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재닛 옐런 전 장관 역시 "미국 경제정책과 핵심 자산에 대한 자신감 상실은 매우 우려할 만한 신호"라며, 지금 상태로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중추인 달러와 미 국채의 신뢰를 되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