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어요. 스타트업의 미래가 없는 나라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특금법 재개정이 필요합니다."
구태언 변호사는 지난 21일 토큰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년 시행되는 특금법 아래서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어렵다며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성장의 원동력인 스타트업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특금법을 풀어나갔다. 또한 우리나라의 '닫힌 규제', '보이지 않는 규제'와 같은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큰포스트는 구 변호사와 진행한 올해 마지막 인터뷰에서 특금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규제 혁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유감없이 들을 수 있었다.
구 변호사는 1998년 검사로 임관한 뒤 2005년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에서 사이버범죄 전문 검사로 일했다. 이후 2006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정보기술(IT), 지적재산권(IP), 디지털 포렌식 관련 법률업무를 수행했으며, 2012년 로펌 테크앤로(TEK&LAW)를 창업해 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e-커머스, e-스포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혁신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융합법률자문과 규제혁신 자문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 법무법인 린의 테크앤로(TEK&LAW) 부문을 맡아 기술 기업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편집자주>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법무법인 린의 태크앤로 부문장을 맡고 있는 구태언 변호사입니다. 2012년부터 태크앤로 법률 사무소라는 전문 로펌을 만들어서 정보기술 관련해 여러 분야에서 일해 왔습니다. 블록체인은 2015년 한국핀테크포럼 이사를 하면서 블록체인분과 분들과 함께 일하게 되어 관련 법률 연구를 하고 블록체인 기업들에 자문을 해왔습니다. 이외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자율주행을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 스타트업의 혁신 사업들을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규제를 뚫고 일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Q. 국내에 블록체인이 많이 알려지기 전인 2016년부터 관심을 갖고 활동해오셨는데, 어떻게 블록체인을 비롯한 IT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저는 법률가 인생의 대부분을 IT 분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검찰에서 검사로 근무할 때도 사이버 범죄, 정보통신망 범죄, 전자상거래 사기 등의 분야를 담당했었거든요. 그때가 2002년이니까 거의 20년 된 거죠. 소위 해커들을 수사했다고 보시면 되고요. 당시 데이터 유출이 많이 늘어나던 시절이어서, 정보 침해, 영업비밀 유출 등을 주로 담당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가 제 주력 분야가 됐습니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6년부터였어요. 당시 정보화진흥원에서 금융 관련 컨퍼런스를 열었어요.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이 오기 전입니다. 그때 제가 블록체인 관련 주제로 발표했는데요. 블록체인이 핀테크의 한 분야로 논의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아닌지를 논의하던 때였고요. 당시에는 이 분야를 잘 아는 변호사도 없었고요. 제가 당시 한국핀테크포럼의 이사로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계기로 발표하게 된 거죠.
그런데 당시에 연구하다 보니 블록체인의 원리에 너무 매료되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소위 정보기술(IT)이 미래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예상한 이유는 바로 피어투피어(P2P),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였어요. 요즘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라고 얘기하죠. 그런데 정보통신기술로 20년 동안 발전해온 인터넷은 아시다시피 중앙서버 중심의 폐쇄형 커뮤니케이션인데요. 반면에 블록체인은 개방형 커뮤니케이션, 소위 탈중앙화라는 개념으로 바꾸는 프로토콜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건 정말 인터넷을 완성하는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에 매료되어서 블록체인 관련 법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Q. 그동안 블록체인, 가상자산 산업을 지켜보면서 나름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은데요. 그동안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인터넷 산업이 태동하고 발전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나오고 모바일 경제 시대로 변환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이는 개인적인 생활, 공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시대가 됐죠. 여러분은 카톡이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있으신가요? 너무나 힘들겠죠. 일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요. 카톡이 주는 공해도 있지만, 많은 자원을 절약시켜주죠. 가장 중요한 시간을 절약시켜주고, 거리도 단축해주고. 시간과 장소와 관계없이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소통하게 하는 효과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산업이라고 이제는 이름 붙일 수 있게 되었지만, 2010년에 비트코인이 출연한 이후, 여기까지 온 것은 선구자들 덕분이죠.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에 많은 분이 알게 되었지만, 사실 선구자들은 2013, 2014년에 뛰어들었죠. 코빗은 최초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들어 먼저 진출했잖아요. 이러한 선구자들은 가상자산이 투기수단이나 도박수단이 아닌 산업과 기술로써, 우리 미래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믿음과 혜안이 있었던 것이고요. 저도 마찬가지로 산업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어요. 이제는 특금법이라는 법률하에서 최초로 가상자산 사업자라는 제도가 신설되었으니, 짧은 기간이지만 정말 빠른 속도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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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금법을 두고 어떤 분들은 가상자산이 제도화되었다고 보는 분도 계시고, 한편에서는 자금세탁방지법일 뿐 가상자산 제도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요.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제도라는 것은 여러 차원의 문제가 있는데요. 결론적으로 두 가지 입장 모두가 맞습니다. 특금법은 돈세탁 방지를 위한 보호제도입니다. 보호제도가 입법화됐다고 하면 제도화된 거죠.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업권법 측면에서는 아직 제도화가 안 된 거고요. 그런 점에서 제도화가 된 측면도 있고, 아직 부족한 면도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가상자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소위 업권법을 제정해달라는 움직임이 있었죠.
특금법은 2조에 보면 목적이 있어요. 돈세탁 방지, 범죄 자금과 테러 자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이에요. 모니터링에 관한 법입니다. 모니터링에 관한 법에 가상자산이 들어간 이유는, 아시다시피 가상자산이 실질적으로 가치를 이동할 수 있는 가치의 인터넷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죠. 가치를 인정받은 거죠. 그래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오래전부터 이를 연구해, 각 회원국에 적절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라는 권고안을 마련하게 되었고요. 우리나라도 FATF 회원국이기 때문에, 특금법을 개정해 통과시키게 된 거죠. 즉, 가상자산의 양면을 모두 보여주는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어떠한 자산도 이렇게 단시간에 글로벌 G20 국가들이 모여 글로벌 공동 대응 체제를 갖출 만큼 파괴력을 가진 자산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전통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금, 은과 같은 자산들은 인류 역사에서 서서히 오랜 시간 발달해 제도화되는 데 수백 년 이상 걸렸거든요.
반면에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은 확산세와 잠재적인 가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글로벌 국가들이 금방 제도화를 해낼 정도로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모니터링 제도부터 만든 것이고요. 가치의 이동수단으로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문물과 기술은 범죄 조직이 제일 먼저 활용하거든요, 아시다시피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소위 '어둠의 경로'로 음악과 영화를 다운로드받는데 가장 먼저 썼잖아요. 지금은 그런 시절을 지나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하는 시스템이 갖춰졌고요. 이제는 월 만 원 정도만 내면 넷플릭스를 한 달 내내 볼 수 있어요. 유튜브,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도 그렇고요. 제도가 이렇게 발전하는데요. 아직 가상자산은 이러한 제도화의 단계로 가기에는 이른 단계인 거죠. 하지만 앞으로 모니터링 제도부터 시작해서 점점 기존 규제와의 접점을 찾아 나가면, 몇 년 후에는 가상자산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우리 삶을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로 작동할 수 있게 될 겁니다.
Q. 특금법을 스타트업들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 있는데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특금법의 가상자산 신고 요건을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스타트업들이 앞으로 사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유틸리티 코인은 아직 사람들이 많이 보유하지도 않고요. 투자의 대상으로 삼지도 않고, 가격도 얼마 되지 않죠. 아직 인기가 없는 가상자산이죠. 그런 가상자산에 누가 가치를 담아서 엄청난 금액, 예를 들어 수억 원, 또는 수천억 원, 수조 원의 가치를 저장하고 주고받겠습니까? 그러기엔 이르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매우 많은 분들의 노력과 신뢰, 기술적인 우월성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요. 이러한 부분이 갖춰지기 전까지 해당 가상자산들은 사회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가상자산들에 특금법의 가상자산 신고요건과 같은 일괄적인 강력한 요건을 부여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이미 강력한 지위를 가진 인기 가상자산들과 경쟁해 볼 수도 없게 되는 거고요.
거래소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안정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거래소들이 있잖아요. 이런 대형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있는 요건들을 갖추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ISMS 획득은 물론이고, 실명계좌도 은행이 다 발급해줄 거예요. 대형 거래소들은 이렇게 쉽게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반면에, 이제 갓 출발한 거래소, 영세한 거래소들은 그런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것이죠. 은행에서 실명계좌 발급 증명서를 받을 수가 없을 거예요. 그러면 몇 개 정도 회사만 남고 시장이 인위적으로 정리되게 되잖아요. 닫힌 시장이 됩니다. 닫힌 시장이 되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고요. 독과점이 발생하면 소비자들 후생(厚生)은 저하된다는 것이 경제학 이론의 내용이고요.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를 두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이러한 독과점 폐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특금법의 강력한 요건들은 독과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거든요. 규제 장벽과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요. 따라서 영향력이 크고, 하루에 엄청나게 많은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대형 거래소들은 강력한 규제를 통해 돈세탁이 이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은 완화된 요건을 두어 경쟁하고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특금법 시행령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문제가 이슈가 됐었죠. 그러면 앞으로 대형 거래소만 살아남고 중소 거래소들은 폐업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예, 지금 영업 중인 곳은 특금법 시행 시점인 내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의 추가 유예기간이 있는데요. 그때까지도 아마 은행이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을 겁니다. 내년 3월까지 안 주면 9월까지 안 줄 가능성이 높고요. 결국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소위 5개에서 10개 사이 거래소만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이외의 거래소들은 내년 9월 말에는 다 문을 닫아야 하죠. 징역 5년 이하라는 형사처벌도 규정돼 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면서 몰래 영업할 수도 없어요. 결국 내년 3월까지 확인서를 받지 못하면, 투자 유치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폐업 수순으로 갈 거로 생각합니다.
인터뷰 2부 보기(https://www.tokenpost.kr/article-49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