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리브라’가 규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글로벌 단일 통화을 출시하겠다는 당초 계획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16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리브라협회는 백서 2.0에서 다중 통화 바스켓 기반 스테이블코인 외에 단일 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추가 발행하고, 퍼블릭 체인 전환 계획을 취소하는 등 규제 문턱을 넘기 위한 내용들을 새롭게 추가했다.
리브라는 지난해 6월 처음 공개됐다. 당시 페이스북은 달러, 유로와 같은 법정화폐, 미국 재무부 채권 등으로 구성된 다중 통화 바스켓 담보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단일 통화로 제시하며 리브라가 '해외 송금 및 온오프 결제를 위한 글로벌 금융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테 디스파르테 리브라 협회 부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안정적인 자산과 단기 정부 채권을 담보로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중앙은행 및 공공기관에 대한 근접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은 금융 안정성을 해치고, 중앙은행의 통화 주권을 혼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반발에 부딪혔다. 리브라는 이러한 규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규제 당국의 승인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리브라의 방향을 크게 조정했다.
▲다중 통화 바스킷→단일 통화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는 일정비율의 법정통화로 구성된 바스켓 담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단일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여러개의 스테이블코인을 추가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리브라는 "법정통화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다중 통화 리브라’의 네트워크와 결제 규모가 상당 수준에 도달하면 제도권의 통화 주권과 정책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다중 통화 리브라에 여러 단일 통화 리브라를 추가해 이러한 위험 요인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이행 수준 강화
백서 2.0은 규제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을 특히 강조했다.
리브라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규제 허가 작업을 추진 중이다. 디스파르테 수석은 "현재 스위스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금융시장감독청(FINMA)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FINMA는 리브라를 관리하기 위한 최적의 규제 접근방식을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 다양한 규제 기관과 함께 라이선스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핀센)’의 자금서비스업체(MSB)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다. 자회사 칼리브라의 경우 이미 MSB로 등록돼있다.
협회는 "리브라는 결제 시스템으로 신뢰성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방지(AML·CFT), 제재 준수, 범죄행위 방지 매커니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리브라 네트워크 참여자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회원국의 가상자산서비스업체(VASP) 또는 라이선스 취득업체로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리브라는 네트워크가 가진 잠재 위험 요인과 규제 우려를 해소하고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 무허가 방식 전환 계획 취소
백서 2.0은 리브라 네트워크를 무허가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리브라는 협회 회원사가 참여하는 허가형 네트워크를 운영하다가 5년 내 무허가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규제 미이행, 신용 리스크 등의 우려를 야기했다.
리브라는 "무허가형 시스템으로 운영되면 신원 미상의 참여자들이 네트워크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계획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리브라는 규제 현실과 타협점을 잡아가고 있지만, 금융 혁신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스파르테 수석은 “시스템 완비를 위해 리브라 블록체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블록체인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을 개발하여 오픈소스 생태계로 들어가는 진입 장벽을 최대한 허물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