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브라협회에서 탈퇴한 글로벌 결제업체 페이팔(PayPal)이 탈퇴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페이팔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스리 시바난다(Sri Shivananda)는 페이팔이 리브라협회에서 탈퇴한 이유가 규제 문제가 아닌 방향성 때문이라고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시바난다 CTO는 "페이팔은 당초 리브라의 계획이 금융소외 계층에 저렴하고 빠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믿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볼 때 리브라의 움직임은 그러한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페이팔은 지난 6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공개할 당시, 비자(Visa), 마스터카드 등의 주요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4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28개 초기 회원사 가운데 가장 먼저 리브라협회에서 탈퇴했다.
페이팔 측은 "리브라 프로젝트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소외계층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페이팔의 목표와 사업에 자체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페이팔은 탈퇴 이유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은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리브라 프로젝트 참여로 회원사들에 대한 미국 등 각국 규제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높아지자 페이팔이 먼저 발을 뺀 것으로 해석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 공개 이후 각국의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 이후 현재까지 자국 내에서도 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리브라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페이팔의 CTO는 당시 리브라협회가 규제 문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각국 규제당국의 규제가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은 분명하지만, 그보다는 리브라의 방향성이 공개된 내용과 달랐다는 게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페이팔의 탈퇴 이후 마스터카드, 비자, 이베이 등 8개 주요 회원사도 줄줄이 탈퇴했다. 마스터카드 역시 탈퇴 이유로 방향성 문제를 지적했다.
마스터카드 측은 리브라가 전 세계를 포용할 암호화폐를 자사 월렛에 연결하려고 한 계획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리브라의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후 리브라 프로젝트는 출시를 연기하고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초기 방향을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 달러,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유로화 등 각국 법정통화를 아우르는 통화바스켓을 운용하는 대신, 단일통화에 기반을 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바난다 CTO는 디지털 통화가 미래에 대세가 될 것임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상인, 핀테크 업체, 규제기관 등 다양한 참여자의 필요를 반영하기 위해 디지털 통화가 지금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암호화폐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따라가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암호화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느끼면 나머지 모든 것은 자동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