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월렛 '칼리브라(Calibra)'가 한동안 '리브라(Libra)'를 지원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규제 우려와 반발로 개발이 막힌 리브라에서 디지털 법정화폐로 방향을 틀었다.
3일(현지시간) 더블록은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 보도를 인용, 페이스북이 리브라 대신 달러, 유로 등 각 법정통화와 연동된 별도의 디지털 토큰들을 우선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 3명을 통해 해당 소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리브라협회는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엄격한 규제 검토 과정에서 집중 포화를 받은 페이스북은 관련 계획을 축소하며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칼리브라는 원래 리브라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암호화폐 월렛이지만 리브라 출시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오는 6월 예정되어 있던 칼리브라 출시를 10월로 연기하고, 월렛을 통해 구입, 거래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정통화 기반 디지털 화폐들을 동시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자사 왓츠앱과 메신저 앱에서 칼리브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지원 법정화폐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초기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리브라는 지난해 6월 처음 공개됐다. 핵심 지향점을 ‘금융 포괄성’으로 제시하며 페이스북 자사 앱이 가진 높은 접근성을 기반으로 금융 수용 범위를 확대해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사업이 진행되는 각 국가의 자금세탁방지 규정, 실명인증제도 등을 규제 준수 입장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와 규제 당국은 리브라가 국가 권한을 침해하고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표했다. 시장 독점, 소비자 프라이버시 등도 문제로 거론됐다.
출시가 불투명해지자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마스터카드, 비자, 메르카도 파고, 이베이 등 8개 주요 회사가 리브라협회에서 탈퇴했다. 올 들어 2개 기업이 합류, 현재 22개 기업이 협회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페이스북의 디지털 화폐 발행 가능성이 커지자, 화폐 발행 권한을 쥐고 있던 중앙은행들이 앞다투어 기술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스웨덴 중앙은행, 바하마 은행이 CBDC 시범 가동 단계까지 진행했으며, 미국, 영국, 일본 중앙은행도 공동 연구 그룹을 조직하는 등 대응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