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로써 암호화폐 산업 제도화의 초석이 마련됐다.
국회는 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후 1년 뒤인 2021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특금법 개정안은 기존 은행 등 금융기관에 부여하던 자금세탁방지(AML)과 테러자금조달방지(CFT) 의무를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에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해 6월 내놓은 권고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시중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갖춰야 한다. 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만약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특금법 본회의 통과에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금법은 암호화폐 규제를 명목으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무법지대 속에 방치돼 온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누구나 운영할 수 있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의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사기, 거래소 파산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자격 요건의 강화는 곧 암호화폐 업계 옥석가리기로 이어져 산업의 많은 부분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중소 규모 암호화폐 사업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금법 개정안이 명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격 요건 중 하나인 실명확인 계좌의 경우, 현재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총 4개 거래소에만 발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일명 '벌집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방지 등으로 자격조건이 더 엄격해지는만큼, 특금법 시행 이후에도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거래소 운영이 불가능해 자연히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또 다른 자격 요건인 정보보호인증체계(ISMS) 획득도 1,000만원 이상의 심사 수수료와 보안 솔루션 도입, 컨설팅 등으로 많은 비용과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중소 암호화폐 사업자들의 경우 등록 포기와 운영 중단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충분한 자본을 보유한 상위 거래소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는 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사업자 범위와 실명계좌 발급 조건, 절차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령은 금융위원회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마련한다.
특금법 시행 이전 영업을 해온 암호화폐 사업자는 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2021년 9월 전까지 실명확인 계좌 발급과 ISMS 인증 획득을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