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유럽의 벤처 투자 규모는 126억 달러(약 18조 1,400억 원)로, 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횡보세를 보였다. 북미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거액의 자금이 몰린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이렇다 할 대형 AI 투자가 없으며 글로벌 벤처 자본 시장 내 비중도 11%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6% 대비 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Crunchbase가 공개한 이번 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벤처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는 성장했지만, 분기별로 여전히 기복이 심하다. 특히 2023~2024년에는 분기별 자금 유치액이 최대 160억 달러(약 23조 원) 이상까지도 올라간 적이 있었으나, 이번 분기 수준은 그 범위의 하단에 해당한다.
산업별로는 헬스케어와 바이오테크 분야가 4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전체 유럽 투자액의 32%를 차지했고, 이어 금융 서비스가 28억 달러, AI 관련 기업이 27억 달러를 각각 유치했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44억 달러로 선두를 지켰고, 독일(16억 달러), 프랑스(13억 달러), 스페인(10억 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스페인은 최근 2년간 처음으로 분기 투자액이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투자 시기별로 보면, 후기 단계 투자는 80개 이상의 딜을 통해 56억 달러가 집행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구글(GOOGL)의 지원을 받는 런던 소재 AI 신약 개발 기업 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의 6억 달러 유치와, 같은 도시의 결제 플랫폼 래피드(Rapyd)의 5억 달러 투자 유치를 들 수 있다. 독일 베를린의 앰보스(Amboss)는 2억 5,900만 달러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트래블퍼크(TravelPerk)는 2억 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초기 단계 조달도 활발했다. 전체 280건 이상의 딜을 통해 54억 달러가 투자됐으며, 런던의 비만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 벌디바 바이오(Verdiva Bio)가 4억 1,100만 달러를, 스웨덴 바젤의 호흡기 치료 개발사 윈드워드 바이오(Windward Bio)가 2억 달러를 조달했다. 스톡홀름 소재 의료기기 스타트업 네코 헬스(Neko Health)는 시리즈B 투자로 2억 6,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시드 투자 부문에서는 850건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16억 달러가 집행됐다. 다만 시드 단계 투자는 데이터 집계가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 추후 최종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은 AI 섹터의 대형 투자 증가로 다시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미와는 대조적이다. 아시아와 중남미는 오히려 둔화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팬데믹 이후의 회복세를 꾸준히 유지하며, 특히 초기 투자 중심의 벤처 생태계 확장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선전 중이다.
Crunchbase는 본 보고서가 2025년 4월 2일 기준의 공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환율은 해당 투자일의 현물 환율을 기준으로 환산했다고 밝혔다. 시드 및 초기 단계 투자 건의 경우 분기 종료 이후에도 데이터가 추가 집계되는 경우가 많아, 향후 수치 변동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