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과 같은 암호화폐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이점으로 주목받아왔지만, 이와 같은 상시 거래 환경이 최근 가파른 하락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시장 전반에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는 전통 금융자산과 달리 연중무휴 거래가 가능하다. 이 덕분에 투자자들은 언제든 자산을 사고팔 수 있지만, 이번에는 주말 동안 비트코인이 사실상 유일한 거래 가능한 대형 자산이 되면서 매도 압박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증시가 2일간 약 5조 달러(약 7,300조 원) 하락한 직후, 비트코인은 8만 2,000달러 지지선을 지켰지만, 주말이 끝나기 전 7만 5,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크립토 인텔리전스 플랫폼 인투더블록(IntoTheBlock)의 리서치 책임자 루카스 오투무로(Lucas Outumuro)는 "비트코인이 주말 동안 전통 시장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히려 변동성이 심화됐다"며 "대부분의 시장이 문을 닫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공포심에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하며 가격 하락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정책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면서 미 증시가 4월 4일 3조 5,000억 달러(약 5,100조 원) 넘게 하락했을 당시,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 증시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관세 갈등이 격화되자 결국 4월 6일에는 7만 5,000달러까지 밀리며 전통 자산과의 연동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 같은 높은 변동성의 배경에는 과도한 레버리지도 존재한다.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최고경영자 애덤 백(Adam Back)은 파리 블록체인 위크 2025 행사에서 "비트코인 투자자 대부분이 전폭적으로 투자한 상태이며, 일부는 레버리지까지 안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거래량이 적은 주말에 플래시 크래시 같은 급격한 가격 하락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은 금에 버금가는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거시적 측면에서의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그에 따른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암호화폐 시장에도 직접적인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