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2연방 항소법원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환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8일(현지시간) 법률 전문매체 law360가 게재한 약식명령 문건에 따르면 법원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대표에 대한 SEC의 소환 절차가 적법했다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해 9월 SEC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토큰이 미등록 증권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국 증시와 연동된 합성자산 거래를 지원하는 미러프로토콜의 합법성 등이 쟁점이 됐다.
하지만 권도형 대표가 관할권 없음과 부적절한 절차 등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자 지난해 11월 뉴욕 법원에서 소환 이행 명령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승소 판결을 받았다.
권도형 대표는 테라폼랩스가 싱가포르에 등록된 법인이며 자신은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자이기 때문에 SEC가 관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테라폼랩스가 미국 이용자에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같은 주장을 기각했다.
SEC의 소환장 송달 방식이 행정 절차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SEC가 테라와 초기 접촉할 당시 자료 제출, 증언 등 자발적인 규제 이행을 요청했지만, 권도형 대표가 이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권도형 대표는 변호사가 아니라 본인에게 직접 소환장이 발부된 것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가 소환장을 발부받을 권한이 없었다는 점, 소환장 수령을 위한 주소지 등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확인됐다.
◇SEC, 테라 수사 범위 확대
지난달 시총 10위권 암호화폐였던 테라폼랩스의 두 암호화폐 테라USD(UST)와 루나(LUNA)가 붕괴해 암호화폐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테라는 루나와의 알고리즘 거래를 통해 달러와 1:1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지만 대규모 매도 압력에 페깅(pegging, 연동)에 실패하고 추락했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규제 및 수사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SEC는 테라폼랩스가 테라 붕괴 전 토큰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연방 투자자 보호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테라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달 JTBC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루나와 테라 개발사 테라폼랩스의 전 직원을 불러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