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한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엘 크로니스타(El Cronista)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자금세탁방지기구인 금융정보국(FIU)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감독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정보국은 암호화폐를 거래한 개인과 기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기관은 이미 은행, 신용카드사, 거래소, 뮤추얼펀드 등의 금융기관에 의심 거래 신고를 요구해둔 상태다. 운송업체, NGO단체 등 비금융기관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기관은 "최근 국제 기준과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가 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자금세탁과 기타 범죄 활동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당국의 이번 암호화폐 규제 강화 정책이 아르헨티나 법정화폐인 ‘페소(peso)’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현지 비트코인센터 창립자인 프랑코 아마티는 "이번 조치는 페소를 주고 비트코인을 구입해, 이를 미국 달러로 환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아르헨티나는 채권 이자 5억300만 달러(약 6240억원)를 지급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됐다. 1816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이래 9번째 디폴트다. 국가 신용등급은 CCC-에서 D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페소의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까지 더해져 아르헨티나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더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한 페소를 매각하고 비트코인 보유를 늘리고 있다. 이에 장외거래를 통한 비트코인 P2P 거래는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 현지 비트코인 가격에 여러 차례 프리미엄이 형성된 바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유사 거래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외환 통제 정책 시행에 나섰다. 다만 이러한 조치로 페소 가치 추락이 진정될지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유명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바타글리아는 당국의 이번 조치가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민에게 남은 자산을 몰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