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블록체인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블록체인을 포함한 IT 업계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한편, 행사 참가를 포기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3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바이낸스 블록체인위크 베트남 2020(Binance Blockchain Week Vietnam 2020)'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에서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바이낸스 측은 "이번 세계적 보건 위기와 관련해 참가자들을 보건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바이러스 확산이 효과적으로 통제되는대로 날짜를 확정해 업데이트 하겠다"고 밝혔다.
3월 홍콩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홍콩 블록체인위크 2020(Hong Kong Blockchain Week 2020)' 행사도 연기됐다. 주최사인 넥스체인지그룹은 지난달 31일 공식 웹사이트와 SNS 계정을 통해 일정 연기를 알렸다.
주최 측은 "넥스체인지는 참석자, 참가자, 연사, 후원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문가와 협의해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새로운 날짜가 정해지는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일부 행사는 강행…업계는 우려 속 손익계산 분주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20' 행사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예년과 같은 행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MWC 행사를 주관하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메인 스폰서를 포함한 행사에 참가하는 주요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MWC는 화웨이와 오포, 비보 등 다수 중국업체들이 참여, 관람객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는 글로벌 행사다. MWC 개최지인 스페인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라 중국인 입국차단 조치는 유럽 주요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함에 따라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우선시해 MWC 2020 전시 참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임직원과 고객 안전을 우려,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MWC에 참여하는 SK텔레콤을 비롯한 일부 기업도 당초 계획보다 행사를 축소 운영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당초 계획했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전시부스만 운영한다. 또 현장 상주 인력을 최소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신제품을 발표하고 홍보에 나서는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업계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행사 관람객이 줄어들어 주최 측은 물론이고, 홍보를 위해 참가하는 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엔 상승 동력 제공…다만 장기화 될수록 부정적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암호화폐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 CNN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목했다.
미 CNN은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30% 넘게 상승했다"면서 "암호화폐 이같은 수준의 상승 추세로 한 해를 시작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가 큰 타격을 받은 반면, 대체자산으로 인식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된 열흘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3,000조원 넘게 줄어든 반면, 비트코인은 개당 1,000만원을 돌파했다. 암호화폐 전체 시총은 30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비트코인은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적 변동이 큰 사안이 벌어질 때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자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심화됐을 때도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 토큰업체 디직스(Digix)의 숀 지에 최고경영자(CEO)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중 무역 관계 불확실성, 브렉시트 우려, 한국과 일본 간의 정치적 긴장 등의 글로벌 불확실성이 비트코인 가격 랠리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장기화되면 암호화폐 관련 기업을 비롯한 시장도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록체인 관련 행사 지연은 물론, 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의료, 보건체계, 공공 등의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반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가짜뉴스 확산, 타인에 대한 불신 등으로 사회적 신뢰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블록체인 업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0.13% 하락한 9,214달러(약 1,092만원)를 기록 중이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309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