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6일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비트코인(BTC) 비축 준비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규제 명확성 확보가 시장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라며,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트럼프의 비트코인 비축 계획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적 준비금과 별도의 알트코인 보유고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이 여전히 증권법 적용 범위, 스테이블코인 규제, 과세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웹3 인공지능 스타트업 킨드레드(Kindred)의 맥스 지아마리오 CEO는 "시장은 혁신을 위한 로드맵과 기관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틀을 기대하고 있다"며 "모호한 언급과 즉각적인 조치 부재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행정명령이 해당 공약의 연장선으로 평가되지만, 초기 비트코인 보유량이 법 집행 기관이 압수한 디지털 자산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실망감이 컸다. 이에 따라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약 13% 하락했으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4억 달러(약 5,840억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비트겟 월렛(Bitget Wallet)의 앨빈 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기관 투자 관련 정책을 더욱 명확히 한다면 알트코인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명확한 정책 방향이 없을 경우 비트코인이 여전히 주요 거시경제 자산으로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계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 친화적인 주요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웹3 게임사 건질라 게임즈(Gunzilla Games)의 테오도르 아그라낫 이사는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 변화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몇 달간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정책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 비축 계획뿐만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암호화폐 정책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가오는 행정 지침 발표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