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선언… 시장 반응은 냉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며 비트코인(BTC)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정책 자문인 데이비드 색스는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을 구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색스는 해당 비축이 "형사 및 민사 자산 압류를 통해 확보한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으로 조성될 것이며,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약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가 이번 비축 계획에 포함된다. 향후 보유량에 대한 공식적인 회계 조사는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정부는 이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을 계획이다. 색스는 과거 정부의 매도로 인해 약 170억 달러(약 24조 8,200억 원)의 가치가 손실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9만 달러를 돌파했으나, 추가 매입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이 반영되면서 다시 8만 6,00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이후 7일에는 한때 9만 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9일 오후에는 8만 달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디지털 자산 비축’이라는 별도의 프로그램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 외의 디지털 자산 가운데 정부가 압류한 자산을 한데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게시글에서 XRP,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등의 암호화폐를 언급한 것이 이와 관련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색스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위 5개 암호화폐를 언급한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비트코인 비축이 예산 중립적으로 운영될 것임을 강조하며, 재무부와 상무부가 추가적인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트코인 외 디지털 자산에 대한 추가 매입 계획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대규모 매입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으나, 실질적인 정부 개입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정부가 '예산 중립' 원칙을 활용해 어떻게 추가 비트코인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7일 색스는 한 인터뷰에서 "예산 중립이란 세금 부담이나 부채 증가 없이 운영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조치를 통해 마련된 예산 절감액이 비트코인 매입에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명확한 답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친(親)비트코인 정치인들은 트럼프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 프렌치 힐 의원은 트위터에서 "이번 행정명령을 환영하며, 정부가 의회와 협력해 보다 구체적인 구조와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백악관 디지털 자산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에 비유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비유에 불과하며, 실제 추가 매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알려진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창업자는 "정부가 비트코인 추가 매입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세일러는 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매일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구매해 전체 공급량의 25%를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한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할 경우 가격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극단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끌어올린 후, 비트코인을 고점에서 처분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계획이 실제로 장기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