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이 최근 수이(SUI) 블록체인과의 협력을 발표한 후 탈중앙화 금융(DeFi)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WLFI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혹은 기존 DeFi 프로토콜을 재포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미스텐 랩스(Mysten Labs)가 개발한 수이(SUI)는 3월 6일 WLFI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협력의 일환으로, SUI 토큰이 WLFI의 ‘매크로 전략’ 토큰 준비금에 포함되며, 양사는 향후 제품 개발 기회를 공동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WLFI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의 연관성을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WLFI 측은 트럼프 가족이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에릭 트럼프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WLFI는 자체 대출 및 차입 시스템을 갖춘 DeFi 혁신 기업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아베(Aave) v3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 독창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협력을 두고 WLFI의 사업 모델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크립토 벤처 펀드 6MV의 매니징 파트너 마이크 두다스는 WLFI를 '돈을 지불해야만 참여할 수 있는(pay-to-play)' 구조라고 일축했다.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WLFI가 프로젝트 자산을 특정 기관에 이전했음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수이 블록체인은 최근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사리(Messari)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수이의 시가총액은 153% 이상 증가했으며, 탈중앙화 거래소(DEX) 거래량은 전년 대비 1,591% 급증했다. 총 예치금(TVL) 기준으로 수이는 현재 DeFi 부문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며, 12억 8,300만 달러(약 1조 8,700억 원)에 달하는 자산이 잠겨 있다.
WLFI와의 협력 발표 후, SUI의 가격은 12% 급등해 3달러에 근접했으며, 이후 2.85달러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WLFI 공동 창립자 잭 폴크먼은 "수이는 미국 내 혁신성과 확장성을 겸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선정됐다. 향후 WLFI는 미국 기반 암호화폐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WLFI의 보유 자산과 관련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아컴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에 따르면, WLFI는 약 8천만 달러(약 1,17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보유 중이며, 상당 부분이 코인베이스 프라임으로 이체됐다. 온체인 분석가 엠버CN은 WLFI가 이더리움(ETH), 래핑된 비트코인(WBTC), 체인링크(LINK) 등 다양한 암호화폐를 포함해 총 3억 3,600만 달러(약 4,900억 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수이 역시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스텐 랩스 공동 창립자 아데니이 아비오둔은 지난 2월 "워싱턴 D.C.에서 새로운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 달 후 SUI가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위조 ETF 신청 사례가 많아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WLFI와 SUI의 협력이 DeFi 시장에 미칠 실질적인 영향과 WLFI의 사업 모델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