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 차원의 ‘암호화폐 전략 비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3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발언 이후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약 7% 상승하며 3조 400억 달러(약 4,438조 원)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플랫폼을 통해 두 개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첫 번째 게시물에서는 XRP,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등 비교적 시가총액이 작은 알트코인을 우선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두 번째 게시물에서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포함해 암호화폐 비축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중심이 아닌 다변화된 암호화폐 비축이 시장 전반의 방향성과 정책적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일부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암호화폐 투자자인 앤서니 폼플리아노(Anthony Pompliano)는 "정부 차원의 암호화폐 비축은 본래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다양한 알트코인을 포함하는 것은 정책적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리플(XRP)의 경우 SEC(미 증권거래위원회)와의 법적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비축 자산으로 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비축이 단순한 시장 개입이 아니라, 블록체인의 다양한 사용 사례를 인정하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서리 비즈니스 스쿨(Surrey Business School)의 유 숑(Yu Xiong) 교수는 "이더리움의 디파이(DeFi) 생태계나 솔라나의 고속 트랜잭션 기술을 고려했을 때, 다중 자산을 포함하는 전략이 한층 현실적인 방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전통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암호화폐 투자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ETF 출시에 이어, 정부 차원의 비축이 이뤄질 경우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연기금 및 보험사들이 50조 달러(약 7경 3,00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기관 투자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거래량 문제, 그리고 시장 조작 가능성이 여전히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대규모 매입 및 매도를 통한 시장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전략 비축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지만, 장기적인 효과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기 낙관론, 장기 신중론’이라는 표현이 이번 정책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분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