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거래소를 통해 판매된 XRP가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관련해 처음 입장을 밝혔다. SEC 위원장은 판결에 일부 실망했지만 일부 만족한다면서 규제 입장에 거의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내셔널 프레스 클럽 행사에서 개인 투자자와 관련된 지방법원 판결에는 실망했지만, 기관에 대한 토큰 판매가 연방 증권법 위반으로 드러난 점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공지능 강연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이번 판결이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입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산업 규제를 명확히 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에 긴급성을 더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겐슬러는 "기관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을 반영한 판결과 공정 고지에 대한 법원 조치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판결에는 실망했다"면서 "여전히 판결을 살펴보면서 의견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EC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가 조건에 대한 질문도 받았지만 "여러 신청 건에 대해 예단하지 않을 필요성이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SEC는 2020년 12월 리플을 기소하고 약 3년 동안 XRP의 증권 여부를 다퉈왔다.
지난 13일 법원은 기관에 대한 XRP 판매는 증권성을 가질 수 있지만, 거래소를 통한 XRP 매매는 증권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제3자의 기업가적 또는 경영적 노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리 겐슬러는 행사 이후 진행된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도 리플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진행자는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번 판결을 '승리'로 보고 XRP를 재상장하고 있다"면서 "리플 판결이 업계 선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내셔널 프레스 클럽 행사에서의 발언을 반복하면서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암호화폐 플랫폼은 자본 시장의 다른 부분에서 허용하지 않는 여러 서비스를 혼합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맞춤 규제 수립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 "(판결 이후) 영업일 기준 3일도 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는 "증권거래소, 중개인, 투자 고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규정이 다 나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SEC가 유럽연합 암호화자산규제법(MiCA)과 같은 규칙 제정이 아닌 '집행'을 통해 규제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통지 및 의견 수렴 규칙 제정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특수 목적 브로커-딜러 허가 규칙 제정을 완료하고, 자산 보호와 관련된 규칙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게리 겐슬러는 "사토시 나카모토는 중개자 없이 인터넷에서 가치를 이동시키는 것에 관한 논문을 썼지만, 업계 많은 곳에서 중앙집중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암호화폐 업계는 금융 경제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원에서 진행 중인 자산의 '탈중앙성' 판별 법안에 관해서는 "하원과 상원 의원들이 요청하면 직접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인터뷰에서 말하기보다는 의원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해당 법안에 대한 의견을 아껴두겠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