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경쟁촉진, 소비자편익 증진을 목표로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27일 '인터넷뱅크 5주년 - 내 손안의 은행에서 모두의 은행으로 점프업'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해 인터넷전문은행의 현황과 개선사항을 발표했다.
인터넷은행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금융당국이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인터넷은행들이 스스로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는 장이 마련됐다.
'인터넷뱅크 5주년 - 내 손안의 은행에서 모두의 은행으로 점프업(Jump up)' 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인터넷은행 3사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등을 비롯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윤한홍 정무위 간사,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참석했다.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는 지속적으로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 완화 ▲일부 대면업무를 허용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환 건에 한해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면제 등을 당국에 건의해 왔다.
여은정 교수는 먼저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혁신, 경쟁촉진, 소비자편익 증진을 목표로 도입됐다는 설립 배경을 소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금융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여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토스뱅크, 카카오뱅크는 저마다 약간씩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면서 모두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대비 흑자 전환했고, 고객수 1000명~2000만명 확보했다.
◇ 인터넷은행 가계대출 영역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카카오뱅크, 아·태지역 디지털뱅크 순위 2위
여 교수는 "가계대출 전반의 영역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익 증진' 등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기술혁신, 경쟁 촉진, 소비자 편익 증진에 기여하면서 은행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업무를 비대면 모바일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출범부터 파격적인 모바일 단일(mobile only) 채널 서비스 제공 채널 전략을 채택하면서, 모바일 이용환경 최적화에 가장 적합한 전용 앱(native app)을 도입해 그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22년 Statist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선도적인 디지털뱅크(광범위한 인터넷은행)에 카카오뱅크가 중국 위뱅크(WeBank)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은행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토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앱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가 지난 21일 발간한 'Z세대 트렌드 리포트: 금융 생활 편'에 따르면 응답자 1천 명(남녀 각 500명)의 주거래 은행(중복응답)은 국민은행(21%), 카카오뱅크(19%), 농협은행(18%), 토스뱅크(17%), 신한은행(8%)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행 앱은 토스(24%), 카카오뱅크(22%), 국민은행(18%), 농협은행(14%), 신한은행(7%) 순으로 나타나 주거래 은행과는 순위가 다소 달랐다. 시중은행 앱보다는 인터넷 전문은행 앱을 많이 쓴 것이다.
기존 공인인증서 이용자들이 일관되게 불편한 점으로 꼽았던 액티브X 기반 공인인증서를 배제하고 다양하고 간편한 비대면 인증 방식을 제공하여 ‘인증 편의성 혁신’을 이뤘다.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공인(공통)인증서 없는 인증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액티브X 기반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인증 방식을 도입했다.
◇ 금리 단층 문제 해결하는 데 기여
이어 여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도한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이용 경험의 확연한 개선은 전체 금융권으로 파급을 가져왔다"며 "또한 그동안 우리나라 신용대출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이었던 금리 단층(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금융포용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당국과 국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중 중금리 대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여 교수는 중신용 차주에게 적절한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권과는 다른 신용평가 모형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각자의 강점에 맞는 요소를 반영한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날 개회사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특례법 1조 1항에 충실하게 운영하겠다"며 "우리 은행은 대형 은행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벤치마킹 하고 싶은 사례로 꼽힌다. 혁신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더 줄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며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세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산업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은행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여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적절한 대출 제공이 제한되어 온 중신용자 중 상환 여력이 있는 대출자를 추가로 선별하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상승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연체 리스크를 반영한 안정성까지 포함된 분석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 비대면대출 시장,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확장 추세
특히 가계 신용대출시장에 대한 시장집중도 지표 HHI를 주목했다. 그는 "HHI는 인터넷전문은행이 2017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후 확연하게 낮아지는 추세로 확인됐다"며 "구체적으로 가계 신용대출시장의 집중도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이전에도 다소 낮아지는 추세이기는 했으나, 도입이 이루어진 2017년 이후에는 확연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경쟁도가 증가했다"고 평했다.
비대면대출 시장은 2017년 7월 카카오뱅크가 출범 이후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는 CR3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여 교수는 “중금리대출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편익을 분석하기 위해서 인터넷전문은행 뿐 아니라 다른 인접업권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산 규모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만으로는 금리 단층 현상을 양적인 의미에서 유의미하게 완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저금리 기관(시중은행)과 고금리 기관(저축은행)을 함께 고려하여 분석한 결과, 양적인 측면에서는 저축은행의 중금리시장 진출이 뚜렷하게 보이며, 이러한 패턴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영업 시작 시점과 겹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가격(금리) 측면에서 저축은행의 신용스프레드(신용점수 900점대 대출금리 – 700점대 대출금리)는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2019년부터는 2%p에서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반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은 그 자체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시켰다기보다는 다른 업권을 자극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금리 스프레드를 낮추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 교수는 고객 편의 증진을 위해 일부 업무에 대한 비전자금융거래 방식(대면) 허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특수관계인 등을 포함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가 금지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위법 사항 예방을 위한 조치를 다하는 경우에도 대주주 측의 부주의로 법 위반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며, 법 준수를 위해 과도한 비용이 투입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반은행은 25% 범위 내에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가 가능 하여 한도 관리만을 하면 되므로 신용공여 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을 위해 대주주 기업집단 내 수백 명의 임원이 수시로 선임 퇴임하는 상황임에 따라 100% 비대면인 대출상품 이용의 사전적 차단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점을 감안해 대주주 신용공여를 수시 점검하는 노력과 함께 발견 즉시 환수조치를 하는 등 최선의 관리노력이 확인되는 경우 과징금 또는 과태료 미부과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 정부-공공기관의 중소기업 등 금융지원 사업에 인터넷전문은행도 참여할 수 있어야
더불어 정부-공공기관의 중소기업 등의 금융지원 사업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참여 확대를 촉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소상공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공공기관의 중소,소상공인 지원 사업은 대형 시중은행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
한국은행은 내규상 금융중개지원대출 참여 은행 요건에 '지점수 80개 이상'을 규정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이차보전 및 보증 사업 실사 인력에 대한 기준을 경직적으로 운영해 인터넷뱅크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 교수는 "은행 직원 직접 실사 요구, 지점망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재위임 등 다른 방법이 허용되어야 한다"면서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은행 간 경쟁 촉진을 통해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은행권 전반의 청년, 서민금융 지원 확대를 위한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재 성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금융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청년전세대출 10건 중 6건이 카카오뱅크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출시 이후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확보한 중신용대출 확대 및 청년·서민금융 지원 기반을 전 은행업권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련 대출 실적 등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하고, 서민금융 지원 실적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공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 날 토론회 주최자인 윤창현 의원도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지 5년 정도 됐다. 이후 정책을 살펴 보니, 우리나라에서 정책이 도입되면 그 이후 손질이 안 되고 직진하는 경향이 있어 3년, 5년마다 정책을 점검하고 효과성이 있는지 질문해 보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흐름대로 가려는 귀찮음이 느껴진다. 공정위 등 금융 당국의 노력 및 정책의 효과성을 내기 위한 민당정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