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이 가상자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토큰증권(STO, 이하 STO) 시장에 진출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금·은 STO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에 들어갔다.
STO는 음원 저작권이나 미술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권리를 잘게 쪼개 '토큰화'한 뒤 발행하는 증권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발행된 STO 시가총액은 약 23조원에 달한다.
하나증권은 잇따른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뱅크 파산 등으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금·은 현물을 STO로 쪼개서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매매할 수 있도록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진출은 한국 금거래소의 최대지분을 보유한 귀금속 거래 플랫폼 사업체 아이티셋과 손을 잡았다. 하나증권은 한국 금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현물을 쪼개서 살 수 있도록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은 투자를 하려면 한국 금거래소에서 실물 혹은 관련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증권의 STO 시장 진출이 성공을 거두면 실물을 쪼개서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거래하기 힘든 금과 은을 조각투자 형태로 거래해 매매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안정성이 갖춰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다보니 고액 자산가들도 현물 거래를 할 때 이러한 용이성을 활용하기 위해 귀금속 시장으로 자금이 더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은 STO 협의체를 구성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STO 얼라이언스 구축을 통해 STO의 이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STO 발행과 거래를 위한 표준과 최선의 사례를 설정한다는 게 골자다.
KB증권도 'ST 오너스'를 구성, 우와 미술품, 공연, 전시 관련 조각기업을 비롯해 SK C&C, EQBR, 하이파이브랩, 웨이브릿지 등 기술기업과 협업한다.
NH투자증권도 토큰증권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 간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구성했다.
협의체에는 투게더아트, 트레져러, 그리너리 등 조각투자기업을 비롯해 서울거래비상장, 블록오디세이, 파라메타, 한국기업평가 등 각 영역을 대표하는 기업 8곳이 이름에 올랐다.
한편, 지난 2월 금융당국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토큰증권도 투자계약증권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증권으로 편입한다는 게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이번 STO 가이드라인 발표로 일시적인 버블로 치부되던 가상자산은 어느덧 주식, 금, 은 등 글로벌 자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