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발행을 허용하면서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토큰증권은 부동산과 같은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작게 나눠 이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에 연동해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블록체인과 실물자산의 결합이라는 의미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뒤흔들 일대 변화로 업계와 시장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금융당국과 각 증권사들의 토큰증권(STO) 사업 현황과 진행상황,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증권형 토큰 발행(STO)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증권사들의 경쟁이 이어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도 토큰증권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금융위의 토큰 증권 발행 가이드라인 발표 후 지난 6일 한국거래소 기준 국내 중소형 증권사 7곳의 주가는 올해 들어 24.14%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SK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각각 40.94%, 35.11%, 30.06% 급등했다. 또 다올투자증권(24.11%)과 유진투자증권(19.87%), 한양증권(11.45%), 교보증권(11.03%)도 10% 넘게 올랐다.
금융당국이 토큰증권을 허용하기로 결정 하면서 위축된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 주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부동산 PF 등 대내외 악재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려 주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플랫폼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과 충당금 부담 등으로 인해, 토큰증권 사업으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려면 시일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중·소형 증권사, 토큰증권 프로젝트 지원 여유 부족...수익성·신규 고객 유치 시급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대형 증권사처럼 많은 토큰증권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지원할 여유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들이 참여하는 토큰증권 프로젝트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증권사가 협업하거나 증권사끼리 프로젝트 내 역할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SK증권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업 바른손랩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바른손랩스는 영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의 블록체인 부문 자회사다.
3사는 협업을 통해 영화, 드라마, 웹툰 등의 콘텐츠 수익권에 대한 토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제작 중인 작품에 투자하고 향후 그 작품의 수익권을 거래함으로써 작가와 투자자들이 수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투자형태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콘텐츠 수익권의 기반이 될 사업의 수익성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 매출은 1조7064억원으로 전년 대비 66.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고 수준이었던 2019년 2조 5093억 원의 68% 가량 회복한 수치로, 아직 한국 영화산업이 팬데믹의 영향에서 완전하게 회복했다고 단언하기는 이른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투자자와 작가의 상생을 이룰 수 있도록 플랫폼 구축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하나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과 협업한다. 하나금융투자는 루센트블록의 계좌관리기관으로 참여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 솔루션을 공동으로 할 방침이다.
하지만 경기악화 속에 높은 수준의 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 침체로 건설사는 인허가도 뿐만 아니라 착공도, 분양도 미루고 있다.
또한, 개별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해당 부동산에 공실이 발생할 경우 배당을 받을 수 없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해당 자산을 운용하는 플랫폼에서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앱을 다운받아야하는 단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월 자산시장 침체로 인한 양도소득세 등 자산세수가 전년 동기 대비 7조원 가까이 덜 걷힌 큰 폭으로 줄었다. 세입자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수익이 낮아진다는 문제도 있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람다256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해왔고, 토큰증권 시장 조성과 함께 적극적인 상품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람다256은 컨소시엄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루니버스' 론칭을 통해 희소성 문제로 관련 인력 및 시스템을 보유하기 힘들었던 각 업계를 타겟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블록체인 시장의 대중화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람다256은 지난 2020년 기준 매출 2380만원, 영업이익 -23억2000만원, 당기순손실 23억5390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냈다. 기업 규모에 비해 매출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019년 이후 가상자산 침체기가 도래하면서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재고한 기업이 많아진 영향도 크다. 매출 개선 및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SK증권은 중소형 증권사임에도 각종 토큰증권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SK증권은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가상자산 지갑을 만드는 해치랩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한, 부동산 조각투자사 '펀블'과도 협업해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토큰증권의 기반이 되는 자산시장의 전망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아트앤가이드가 공략하는 미술품 시장의 경우 올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아트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약 57억6100만원, 평균 낙찰률은 4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대비 44% 감소한 수치로 온라인 경매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낙찰률은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낸 것이다.
아트앤가이드 관계자는 현재 미술품 경매의 낮은 낙찰률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미술품의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수요세가 움츠러들고 매도세가 상당히 우위에 오르게 됐다"며 "지난 2021년부터 1년 간 지속된 미술품 시장 호황기에 작가군이 늘어나 공급 감소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TO 플랫폼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토큰증권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과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토큰 증권의 이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발행·거래를 위한 표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토큰증권 정책에 대해 금융당국에 정책적인 제언을 하거나 정보 교류, 네트워크 확대 등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두자릿수의 관련 기업·기관들이 관심을 갖고 문의했으며, 이 중에는 다른 증권사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STO 얼라이언스가 일종의 이익단체로 활동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 했다. 또 협의체가 시장 형성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이른 시점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관련 제도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토큰증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다른 증권사들이 아직 한 발짝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협의체는 토큰증권 관련 제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며 "토큰증권 분야에서 신한투자증권은 협의체를 통해 일종의 총대를 멘다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목표인 만큼 얼라이언스를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 플랫폼 경쟁력 확보 어려워...자본 묶이는 충당금도 부담
중소형 증권사들이 의욕적으로 토큰증권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플랫폼 경쟁력과 등에서 여러가지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부정하기 힘들다.
중소형 증권사는 플랫폼 경쟁력도 대형 증권사에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토큰증권 시장에서 거래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매력있는 자산을 가능한 한 많이 토큰증권화 시키느냐에 달려있는데 투자금이 대형 증권사보다 적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토큰 증권 발행을 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도 중소형 증권사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충당금은 발행한 토큰 증권의 금액만큼 쌓아둬야 하기에 그만큼 증권사의 유동자산이 줄어들게 된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증권사가 30억원의 증권형 토큰을 발행한다면 3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토큰증권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 발행한 ST만큼 충당금으로 자산이 묶이는 만큼,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시장 점유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큰증권 사업의 낮은 단기 수익성도 중소형 증권사들의 참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형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사업을 고객 확장을 위한 발판으로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측면이 크다.
다만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초기에 의미 있는 수익이 나지 않는 토큰증권 사업에 많은 비용을 쓸 요인이 부족하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대형증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토큰증권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 큰 수익 창출 분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플랫폼 강화를 통한 고객 확보와 고객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토큰포스트 STO 기획①] 기대·우려 공존하는 토큰증권 시장, 증권사 새 먹거리 될까
[토큰포스트 STO 기획③] 금융당국 토큰증권 허용, 증권시장은 매우 미온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