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발행을 허용하면서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토큰증권은 부동산과 같은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작게 나눠 이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에 연동해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블록체인과 실물자산의 결합이라는 의미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뒤흔들 일대 변화로 업계와 시장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금융당국과 각 증권사들의 토큰증권(STO) 사업 현황과 진행상황,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토큰 증권 발행(STO) 시장이 열리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반면, 불명확한 증권성과 작은 시장 규모로 인해 관련 생태계 육성 효과가 발현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르면 내년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조각투자를 할 수 있는 토큰 증권(ST)이 전면 허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토큰증권은 주식, 채권, 부동산, 미술품, 한우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해 소유하는 것이다. '증권'형 토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토큰증권 소유자는 배당금, 분배금, 이자 등을 얻을 수 있다.
◇ 증권사, 새 먹거리 '토큰증권' 시장 선점 나서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이 유가증권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해 토큰증권 유통·발행이 허용되기 전부터 시장에 뛰어들 준비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초 토큰증권 관련 테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미래에셋은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신탁수익증권 방식 토큰증권 솔루션 제공과 계좌관리기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SK C&C와 플랫폼 구축을 준비해 올해 상반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토큰증권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핵심기능 개발 작업과 테스트를 마쳤다"며 "유관 부서 실무자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이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역시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영웅문s'에서 토큰증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키움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펀블과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등 9곳과 MOU를 체결했다.
이 중 뮤직카우는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의 증권성 판단에 따라 6개월 간 신규영업을 중단하고 투자자 보호 조치 마련에 나섰다. 뮤직카우 한 곳에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모두 운영했던 까닭이다.
이후 뮤직카우는 투자자예치금을 키움증권의 투자자 실명계좌에 별도 예치하고, 지난해 10월 19일 투자 위험등급을 1등급으로 표기한 투자 설명서를 공개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한국정보인증, 블록체인 전문기업 페어스퀘어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TO와 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해 협업 중이다"며 "올해 중으로 MTS에서 증권토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STO 플랫폼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STO를 활용해 다양한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이 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 나올 경우 시장의 핵심 공급자이자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부동산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한국 부동산 공시지가 합계는 7155조원이고 국내 미술시장 거래 규모는 1조400억원까지 성장했다"며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거래가 합법화된다면 상품 공급과 거래의 핵심은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토큰증권 통해 증권사들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증권사 MTS를 통해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 이에 관심 있는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고, 예수금과 거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토큰 유통 수수료로 얻는 단기적인 수익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인 고객 확보 효과는 클 것"이라며 "토킂증권시장의 MTS 방문이 늘어날수록 주식 매매 유도, 금융상품 판매, 마이데이터 연계 등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 증권사들이 어떤 기초자산을 조달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체 발행한 토큰증권 상품은 해당 회사의 플랫폼에서만 거래하도록 제한할 수 있어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자산을 최대한 많이 발굴하는 능력이 토큰증권 시장에서 증권사 간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소규모 시장, 증권성 판단 등 리스크 잔재..."사업성 검증은 아직"
다만 토큰증권 시장이 소규모 거래량과 증권성 판단 등 리스크가 남아있는 사업 분야인 만큼 토큰증권 시장에 너무 성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큰증권 시장은 아직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 일반적인 주식과는 달리 유동성이 낮은 편이다. 이에 따라 수요가 적어 토큰 발행 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가 적다는 특성으로 인해 매수한 토큰을 실시간으로 매도하기 힘들고 매도가능 가격이 크게 변동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토큰증권 시장의 발전은 제한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토큰증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장 이후 상당한 거래량이 필수적"이라며 "가격 반영 효과가 없다면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상업용 부동산 조각 플랫폼 기업들도 적은 거래량으로 신규 트래픽 유입이 둔화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아직은 사업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기업도 투자자도 보다 시간을 가지고 침착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가산의 증권성 판단도 잠재적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토큰증권 제도화와 함께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누고, 증권형 코인은 ‘자본시장법’ 규율체계에 따라 발행될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확립한다는 목표다.
블록체인 업계는 이 과정에서 증권으로 분류되는 토큰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되면 토큰 증권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현재 블록체인 업계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라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겸 고려대 특임교수는 "토큰증권도 자본시장법에 따라서 증권을 발행하는 것이기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복잡하다"며 "토큰증권을 발행해보려다가 복잡한 절차에 지쳐 사업을 재검토하는 스타트업도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토큰포스트 STO 기획②] 중소형 증권사 토큰증권 가세...수익 확보는 시일 필요
[토큰포스트 STO 기획③] 금융당국 토큰증권 허용, 증권시장은 매우 미온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