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술 기업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를 일시 정지하며, 엔비디아(NVDA)의 H20 반도체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방침이 전격 보류됐다. 이를 두고 업계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긴장감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비공식 만찬 이후 이뤄졌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H20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기존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개발한 저성능 AI용 반도체로, 최신 고성능 칩보다는 제약이 많지만 중국 고객들에게 접근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다. 미국 정부는 당초 이 칩마저도 중국 수출을 제한하려 했지만, 백악관은 관련 논의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NPR 보도를 통해 전달했다. 상무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고, 엔비디아 역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국의 광범위한 관세 인상 정책 중 상당수에 대해 90일 유예 기간을 선포했다. 이는 70여 개국 이상이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원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밝혔다. 다만 이러한 관세 유예 조치에서 중국은 제외되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율은 125%까지 인상됐다.
이 같은 소식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는 9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18% 넘게 급등했고, 전체 증시와 함께 강한 반등세를 보였다. 이번 결정이 규제 리스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된 것이다. 특히 H20 칩이 이미 수출 통제 등 규제 환경을 반영해 전략적으로 설계된 만큼, 규제 유예는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다시 수출 규제를 추진할 가능성은 남았지만, 이번 유예 조치는 기술 업계와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의 입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행보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