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암호화폐 성향 앳킨스, 美 SEC 위원장 공식 취임…디지털 자산 규제 완화 기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폴 앳킨스(Paul Atkins)가 51대 45로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새 위원장에 공식 취임하게 됐다.

이번 인준은 4월 9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이뤄졌으며, 정당 투표 성향에 따라 진행됐다. 월스트리트 출신의 앳킨스는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친암호화폐 성향의 인물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SEC 위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SEC 현직 위원들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우리 위원회의 베테랑이자 동료인 앳킨스의 합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앳킨스는 SEC 복귀 전 금융규제 컨설팅 기업 패토맥 글로벌 파트너스(Patomak Global Partners)를 설립해 15년 간 대표를 역임했고, 암호화폐 업계 비영리 연대체인 토큰얼라이언스(Token Alliance)의 공동의장을 2017년부터 최근까지 맡았다. 새 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하면, 1월 중순부터 SEC 직무대행을 맡아왔던 마크 우예다(Mark Uyeda)를 대신하게 된다. 전임 의장이었던 게리 갠슬러(Gary Gensler)는 다수의 암호화폐 기업을 상대로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면서 업계와의 충돌을 야기해 온 인물이었다.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티미 스콧 위원장은 이번 인준에 대해 "앳킨스 위원장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명확성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앳킨스의 취임에 앞서 가상자산 전담 태스크포스인 'SEC 암호화폐 TF'를 신설하고, 갠슬러 체제에서 벌어진 일부 조사 및 제재 수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친암호화폐 방침을 강화해왔다. 앳킨스 역시 지난 3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디지털 자산 분야를 위한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규제 기반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전향적 태도를 예고했다.

다만 그의 인준은 재무 관련 서류 공개로 인해 한때 지연되기도 했다. 1990년 결혼한 그의 부인 사라 험프리스 앳킨스는 연간 매출 12억 달러(약 1조 7,500억 원)를 올린 건축자재 기업 탬코 빌딩 프로덕트(TAMKO Building Products)의 상속가문 출신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부의 총자산은 최소 3억 2,700만 달러(약 477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윤리공개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그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도 주목 받았다. 앳킨스는 암호화폐 보관 업체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 블록체인 기반 증권 토큰 발행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등 가상자산 관련 투자에서 총 600만 달러(약 87억 6,000만 원) 상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SEC의 새로운 수장이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에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