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이 월가에 혼란과 기회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대규모 ‘상호관세’ 시행 발표 이후 미국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고,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운 정책 환경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정책은 미국의 실질 관세율 수준을 100년 만에 최고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 여파로 시장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단 사흘 만에 3배 가까이 급등했고, 이후 기록적인 반등장을 기록한 날을 포함해 현재까지도 6일 연속 40을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23년과 2024년에도 보기 힘들었던 시장 긴장을 반영하는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번까지 수차례에 걸쳐 관세 정책을 예고했다가 뒤집거나, 시행 직전에 연기하며 시장을 혼란에 빠뜨려왔다. 상장기업 실적 발표나 투자자 대상 회의에서 '혼란'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이번 주 중 발표된 90일간의 관세 유예 조치는 시장의 일부 불확실성을 잠시 덜어냈다는 평가도 있다. LPL파이낸셜의 거시전략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커는 “향후 3개월 동안 기업과 국가 간 관세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이 다소 줄었다”며 “그러나 미국 무역 정책의 비일관성을 감안하면 불확실성 해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변동성을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의 대표 지나 볼빈은 이번 90일 유예 기간 동안 기업들이 보다 명확한 지침을 바탕으로 투자 전망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단기적 혼란 뒤엔 장기 투자자에게 매수 기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 시점은 감정적 매도세가 극단에 달한 상태로, 공포에 의한 가격 왜곡은 오히려 우량 자산을 저렴하게 확보할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저평가된 종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커는 "지난 금요일과 이번 주 초 역대급 거래량이 기록된 것은 감정에 휘둘린 매도가 현실화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시기야말로 냉정하게 기회를 포착하는 장기 투자자의 역량이 발휘될 때”라고 덧붙였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 속도와 방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추가 관세 조치나 연장 결정을 둘러싼 또 다른 발표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또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안정성이 확보되기 위해선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