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국가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하자 잠시 반등했던 시장은, 중국과의 갈등이 다시 심화되며 다시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10일(현지시간) S&P500 지수는 3.5%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3% 하락해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분야는 제약과 반도체 종목이었다. 찰스리버 래버러토리(CRL)는 바클레이즈가 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면서 하루 만에 28.1% 폭락했다.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투매를 부추겼다.
자동차 유통업체 카맥스(KMX)도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 발표로 17% 급락했다. 특히 회사는 2026 회계연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장기적 성장 목표 일정도 유보했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무역전쟁 여파로 신차와 중고차의 가격 상승 가능성을 거론하며 시장 전반에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최대 상승세를 보였던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MCHP)와 모놀리식 파워 시스템즈(MPWR) 역시 조정받으며 각각 13.6%, 13.7% 떨어졌다. 반도체 업종 전반에 다시 타격이 가해진 셈이다.
중국이 미국산 콘텐츠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자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는 12.5% 급락했다. 양국 간 문화·엔터테인먼트 협력에도 직격탄이 된 셈이다.
이 같은 무역 긴장 고조는 금 투자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금 선물 가격은 이날 3% 넘게 상승했고, 최대 금 생산업체 뉴몬트(NEM)의 주가는 4.5% 오르며 S&P500 내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광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모건스탠리가 투자등급을 상향 조정한 마켓액세스 홀딩스(MKTX)는 3.5% 반등했고, 식료품 유통기업 크로거(KR)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 계획 공개 덕에 3.1% 상승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유예 조치에 일시적으로 환호했지만, 중국과의 긴장감이 재점화되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관세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높은 점은 당분간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