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일시적인 관세 유예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주요 기술주들이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수요일 급등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거래량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전날의 랠리와는 대조적으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선 전반적인 매도세가 이어지며 기술 및 암호화폐 관련 종목 전반이 부진했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전날 랠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조정 조치에 의해 촉발됐다. 미국은 향후 90일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수입 관세를 10%로 낮추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될 관세가 당초 시장 기대치인 125%가 아닌 145%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투자심리에 급속한 냉각이 찾아왔다.
이 여파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약 80%가 하락 마감했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 2,562개가 하락한 반면 상승 종목은 163개에 불과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전날의 12% 넘는 폭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급반락했다.
대형 기술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엔비디아(NVDA)는 시가총액의 약 6%를 잃었고,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2.34% 하락했다. 아마존(AMZN)과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META)은 각각 5.1%, 6.74%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특히 메타는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어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이 메타 광고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점도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던졌다.
애플(AAPL) 역시 4% 이상 하락했다.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애플은 관세 인상에 앞서 인도에서 생산한 600톤 규모의 아이폰을 미국으로 긴급 공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이날 애플이 인도 첸나이 공항의 통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현지 당국과 협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인베이스(COIN)는 6% 가까이 하락했고, 비트코인은 3% 넘게 하락했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주요 암호화폐들도 일제히 1자리수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날 오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유예 조치 이후 연장 가능성에 대해 “시세의 흐름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향후 90일 동안 더욱 확실한 정책 방향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추후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급변하는 통상 정책에 따라 주식 및 기술 자산 전반이 요동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향후 백악관의 수입 규제 결정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