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 엔비디아(NVDA), 마이크로소프트(MSFT) 주가가 하루 만에 8% 이상 급등하며 기술주 전반의 반등을 이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국가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10%로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일제히 투자심리가 개선된 결과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세계 180개국 이상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 전반에 공포가 확산됐다. S&P500 지수는 불과 나흘 만에 12%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투자자 불안을 대변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조치는 시장에 돌파구를 제시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을 통해 “90일간 대부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10%로 낮추며 이를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단, 중국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강화된 125%의 관세를 적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측은 이번 조치가 75개국 이상이 새로운 무역 조건에 대해 협상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이는 일시적으로 10%라는 바닥 가격을 설정한 것"이라며 "이제 시장은 지난주에 본 것들이 최악의 시나리오였음을 이해한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시장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통상 증시 하락기에는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금리가 하락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오히려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 혼란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서 진행된 390억 달러(약 56조 1,600억 원) 규모의 국채 입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그나마 수급 우려는 일부 완화됐다.
이번 반등은 단순한 기술적 레벨에서의 조정보다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나스닥지수는 하루 동안 11% 급등했고, 다우지수는 2,000포인트 넘게 오르며 202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S&P500 역시 5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일일 상승률을 보였다.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되면서 이번 완화 조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초기 고율 관세 정책이 “현실적으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고, 델타항공의 에드 배스티안 CEO도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역시 “10%를 초과하는 관세에는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모든 협정은 개별 맞춤형 협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미·중 무역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전개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