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수출입 관세 정책에 대한 긴장 속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다음에 취할 조치를 가늠하려 애쓰며 장중 내내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으며, S&P 500지수는 한때 약세장에 진입할 만큼 하락했다가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시장 불안은 단기적인 뉴스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기조가 경제에 미칠 구조적 영향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2시 3분 현재, S&P 500지수는 전장 대비 0.6% 상승한 5,106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0.6%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소폭 하락 중이다. 백악관 경제 자문 케빈 해셋이 “중국 외 모든 국가에 대해 90일 관세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은 잠시 안도했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 상황을 일시적인 반등 구간으로 보고 있다. 바이탈노하우(Vital Knowledge)의 애덤 크리사풀리 분석가는 “지금은 뉴스보다 소음이 더 많은 날이며, 투자자들은 각 지수의 움직임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며 “최근 하락세가 가팔랐던 만큼 시장은 기술적 요인에 따라 반등에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확대 조치가 미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관세 인상, 정책 불확실성, 신뢰 위축 등을 이유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45%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무역 정책을 밀어붙일 준비가 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미국 수입품 전체에 대해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고, 90개국 이상에 ‘상호주의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 발표 이후 S&P 500과 나스닥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큰 이틀 연속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아시아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 항셍지수는 무려 13.2% 급락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고, 대만 타이엑스지수는 9.7% 급락하며 사상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7.8%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3% 내렸다. 한국 코스피와 호주 S&P/ASX200도 각각 5.6%, 4.2% 떨어졌다.
유럽 증시 역시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에 휩쓸렸다. 독일 DAX지수는 4.8%, 프랑스 CAC40은 5.1%, 영국 FTSE100은 4.9%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충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아시아시장 총괄 토마스 매튜스는 “앞으로의 자산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그가 시장 반응에 놀라 반격을 늦추거나 일부 양보를 선택한다면 분위기는 급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