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9일 자정 직후 발효한 대규모 보복 관세 조치로 전 세계 무역질서가 시험대에 올랐다. ‘해방의 날’로 명명된 이번 조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자유무역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강수로 평가된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그 대상이 됐으며, 중국에는 무려 104%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번 관세 조치에는 유럽연합(20%), 대만(32%), 일본(24%), 한국(25%), 베트남(46%)에 대한 수입세 인상이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대부분 국가에는 이미 10%의 기본 관세가 적용 중이며, 수입차에는 25%,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비대상 품목에도 추가 25%의 관세가 부여됐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사실상 광범위한 보호무역 체제가 가동되면서 글로벌 교역 환경은 20세기 초 보호무역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가와 경제계는 이 같은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감소 우려도 크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현재 여러 국가와 관세 완화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한 국가는 없다는 점에서 긴장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가 미국 제조업의 부활, 외국의 무역 장벽 해소, 그리고 소득세를 대체할 재정 확보 수단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갖고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실익 없이 물가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경제적으로 강하게 맞물려 있는 국가들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질 수 있어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이번 조치가 정치적 명분과 안보 논리에 기댄 전략적 선택일 수 있으나, 국내외 시장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