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규제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하며 전향적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번 변화는 마크 우예다(Mark Uyeda) SEC 의장 직무대행의 정책 지시에 따라 진행되며, 핵심 대상은 2018년 빌 힌먼(Bill Hinman) 전 SEC 기업금융국장 연설을 기반으로 하는 2019년 디지털 자산 투자계약 분석 프레임워크다.
힌먼 전 국장은 2018년 한 연설에서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간주되는 기준을 설명하며, 해당 자산이 얼마나 탈중앙화됐는지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프레임워크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을 불러온 내용이며, XRP 소송 등 다수의 규제 분쟁에서 핵심 쟁점이 되기도 했다.
우예다 직무대행은 최근 "행정명령 14192호(Unleashing Prosperity Through Deregulation)를 이행하고 암호화폐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SEC가 발표한 과거 입장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는 2021년 비트코인 선물에 대한 뮤추얼 펀드 투자 권고,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 기업 공시 가이드라인, 2022년 암호화폐 시장 혼란 및 파산 대응 문서 등 주요 문건들이 포함된다.
이번 움직임은 게리 갠슬러(Gary Gensler) 전 SEC 위원장 시절의 규제 기조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갠슬러 전 위원장 재임 중 SEC는 무분별한 강경 집행 위주로 비판받았으며, 미국 법원도 일부 조처를 ‘자의적이고 위법적인 행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SEC 내부에서는 헤스터 피어스 위원을 비롯해 암호화폐 친화적 인사들이 꾸준히 투명성 강화를 주장해왔고, 최근에는 업계 리더들과의 라운드테이블, 블랙록 등 대형 금융기관과의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 ETF, 토큰 증권화 등 핵심 이슈에 대해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SEC의 공식 정책 전환이 이뤄질 경우, XRP,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알트코인들은 물론 미국 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규제 리스크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친 비트코인(BTC) 기조와 맞물려 중장기적으로는 제도권 진입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SEC의 정책 재검토는 단순한 규제 완화 수준을 넘어, 암호화폐 산업 전반을 ‘금융 인프라의 일환’으로 재정의하는 데 핵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실제로 우예다 직무대행은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안정성을 강화할 정책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혀 기존 ‘도그마식 규제’ 탈피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