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 구조와 인플레이션 메커니즘이 암호화폐 및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얽히며 새로운 경제적 패권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다. 코인이지(CoinEasy)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채무 확대와 자산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활용해 경제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암호화폐와 AI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통화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지만 달러를 발행하고 이를 국제결제 통화로 활용함으로써 채권자인 외국으로부터 오히려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구축해왔다. 코인이지 리서치는 빚 발생 이후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채무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방식이 미국 내 정부와 부유층,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글로벌 연계 주체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구조로 평가했다. 이러한 구조는 지난 바이든 정부와 최근 트럼프 정부의 정책 흐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바이든 행정부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인플레이션 유도, 이민 확대에 따른 소비 수요 증가, 그리고 전쟁을 통한 방위산업 네트워크의 확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를 부양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은 미국의 에너지 수출국 위상을 강화하고, 농산물 및 전략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도하면서 인플레이션 효과를 냈다. 리서치는 이 과정에서 미국 방산 지출의 70%가 자국 내 산업으로 환류되었으며, 이를 통해 국가 채무는 명목상 유지되면서도 실질부담은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감세 정책과 정부 지출 축소를 병행하는 '작은 정부' 전략을 통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 반등을 유도하고 있으며, 관세 정책과 에너지 증산을 통해 미국 내 제조업과 자원 기반 산업 강화를 추구 중이다. 이러한 경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도 미국 경기 전반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특히 금리 강세와 달러 유입으로 인한 미국 패권의 유지는 한국 등 해외 시장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미래 전략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Crypto)에 대한 접근이다. 생산성 향상의 핵심으로 부각된 AI는 연간 5% 이상 경제 산출 증가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자본 조달 비용보다 높은 수익률로 이어져 채무 상환 부담을 감소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손정의 회장 등 대형 투자자들이 AI에 수조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미국의 경제 경쟁력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암호화폐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코인이지 리서치는 미국 정부 또는 관련 기관들이 비트코인(BTC)이나 테더(USDT), USDC 등 스테이블 코인의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암호화폐를 통해 기존 달러 패권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수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USDT나 USDC 발행사는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암호화폐 생태계가 미국 재정 운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구조로 진입 중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 또한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국채 소화 확대와 정책 유연성 확보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더욱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비록 미국이 암호화폐를 공식 화폐로 채택하는 데는 제한이 있을 수 있으나, 시스템 차원에서는 암호화폐를 통해 채무 구조 조정과 새로운 화폐 패권 구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코인이지 리서치는 미국 경제가 향후에도 인플레이션 조절 능력, 채무 조달 유연성, 기술 기반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하는 패권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AI와 암호화폐는 이제 미국 경제 전략의 축을 이루는 ‘이중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채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자본주의의 본원적 메커니즘이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