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데이터 기반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가 인공지능(AI) 기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신규 펀드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조성했다. 이번이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펀드로, 시그널파이어는 이를 통해 응용 AI 분야 스타트업에 본격적으로 자본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펀드 조성을 이끈 창업자 크리스 파머(Chris Farmer)는 “설립 12년 만에 포트폴리오 내 주요 기업들의 대형화와 그 실적이 시장에 확실히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응용 AI의 잠재력이 금융 시장에서 실현될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유입된 투자자(LP)들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주요 공적 연기금, 아시아 국부펀드, 글로벌 대형 은행, 주요 보험사가 신규 출자자로 합류했다. 기존 출자자에는 대학 기금, 재단, 패밀리오피스와 펀드오브펀드가 포함된다.
시그널파이어의 투자 전략의 핵심은 ML 기반 분석 플랫폼 ‘비컨 AI(Beacon AI)’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8천만 개 기업과 6억 5천만 명의 데이터를 스캔하며, 성장 동향을 탐지하고 인재채용 지원부터 잠재 투자 검토까지 포트폴리오 성과 전반을 분석하는 도구로 쓰인다.
펀드는 향후 2년 반에 걸쳐 집행된다. 프리시드 투자에는 10만~100만 달러, 시드 단계에는 100만~5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할 계획이며, 시리즈A·B 투자의 경우 최대 3천만 달러 규모로 진행된다. 해당 단계의 스타트업들 다수가 이미 시드 단계에서 투자받은 기업들이다.
이와 함께 ‘XIR(Executive In Residence)’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는 유망 스타트업과 고경력 임원을 매칭해 기업의 빠른 성장을 돕는 구조로, 1,500만~3,000만 달러를 기업당 배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데이터 품질 관리 서비스 아노말로(Anomalo), 의료 인공지능 플랫폼 코다메트릭스(CodaMetrix) 등이 대표 사례다.
시그널파이어가 지금까지 투자해온 응용 AI 기업 목록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상해 소송을 지원하는 법률 테크 이븐업(EvenUp), 전자지출 처리사 스탬플리(Stampli), 보안 침투 테스팅 플랫폼 호라이즌3.ai(Horizon3.ai), 정신건강 상담 플랫폼 그로우 테라피(Grow Therapy) 등이 있다. 이외에도 가계 재정 관리 앱 모나크 머니(Monarch Money), 디지털 상품 거래 플랫폼 홉(Whop)도 소비자 지향 AI 기업으로 포함돼 있다.
가장 큰 투자 회수 사례로는 2021년 어도비(Adobe)에 약 13억 달러(약 1조 8,720억 원)에 인수된 클라우드 기반 영상 협업 플랫폼 프레임.io(Frame.io)가 있다. 이러한 여러 사례들은 시그널파이어의 AI 전문 투자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