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북미 스타트업 투자금이 총 820억 달러(약 118조 원)를 기록하면서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분기 실적을 올렸다. 이는 주로 생성형 AI에 대한 열풍이 이어진 가운데, 오픈AI(OpenAI)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투자 유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31일 소프트뱅크 주도로 진행된 오픈AI의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 투자 라운드가 전체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오픈AI 사례를 제외하면, 초기 및 시드 단계에서의 투자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시드 투자 액수는 32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로 집계되며 투자 건수와 자금 규모 모두 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초기 단계인 시리즈 A와 B에도 총 124억 달러(약 17조 9,000억 원)만 투입돼 직전 분기 대비 감소폭이 컸다. 시장에는 여전히 신중함이 흐르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후기 및 성장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활발했다. 전체 1분기 투자금의 80%가량인 664억 달러(약 95조 6,000억 원)가 후기 단계나 기술 성장 단계에 집중됐다. 오픈AI를 제외하면, 앤트로픽(Anthropic)이 35억 달러와 10억 달러 등 두 건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고, 증강현실 스타트업 인피니트 리얼리티(Infinite Reality)도 30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를 확보했다. 이들 모두 AI 및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에 강점을 가진 업체들로, 이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집중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1분기의 엑시트 시장도 투자 흐름과 맞물려 회복 조짐을 보였다. 특히 구글(GOOG)이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320억 달러(약 46조 1,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벤처 백업 인수합병 거래가 성사될 전망이다. 또한 AI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업체 코어위브(CoreWeave)는 IPO를 통해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를 모으며 220억 달러(약 31조 7,000억 원)의 시가총액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에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고율 관세 정책으로 인해 주요 지수가 급락하면서 스타트업 IPO와 M&A 시장의 회복세가 제동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와 서클(Circle)의 IPO 계획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이다.
결국 1분기는 극적인 이슈와 조용한 침체가 공존하는 이례적인 분기로 평가받고 있다. 대규모 AI 중심 투자가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지만, 전반적인 투자 생태계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분기를 경기 전환점으로 보기보다는, 조심스러운 낙관과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과도기적인 시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