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반응 속에 등장했던 AI 코딩 어시스턴트 '데빈(Devin)'이 확 바뀐 모습으로 돌아왔다. 생성형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코그니션AI(Cognition AI)는 3일(현지시간), 가격을 대폭 낮추고 협업 기능을 강화한 ‘데빈 2.0’을 출시하며 개발자용 AI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처음 공개된 데빈은 완전 자율형 코딩 도구로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코드 추천을 넘어, 자연어 설명만으로도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설계·개발하고 테스트까지 진행하는 놀라운 기능에, 소프트웨어 업계는 거센 반향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기술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란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상용화 이후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복잡한 시스템 설계에서의 오류, 불완전한 코드 생성, 그리고 사용자당 월 500달러(약 72만 원)에 달하는 높은 요금은 대중 확산에 걸림돌이 됐다. 여기에 깃허브(GitHub)의 코파일럿,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디벨로퍼Q, 매직AI의 LTM-2-mini 등 유사 기능을 제공하는 경쟁 제품들이 잇달아 등장하며 입지를 위협받았다.
이에 코그니션AI는 데빈 2.0을 통해 서비스의 품질과 경제성을 모두 개선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격이다. 기본 요금은 월 20달러(약 2만 9,000원)로 시작하며, 사용자 이용량에 따라 후불 정산되는 종량제 모델을 도입했다. 초기 20달러에는 총 9개의 ACU(AI Computing Units)가 포함되며, 이는 15분 단위로 청구된다. ACU당 가격은 약 2.25달러로, 기존 모델의 사용자당 고정 요금보다 유연한 구조다.
코그니션AI 측은 “ACU 1개는 15분의 실 작업 시간에 해당하며, 시간당 11달러 수준으로 프리랜서 개발자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종량제 특성상 장시간 사용할 경우 비용이 오를 수 있으나, 작업 속도를 감안하면 오히려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능 측면에서도 진화가 눈에 띈다. 데빈 2.0은 클라우드 기반 개발 환경(IDE)을 채택, 여러 개의 데빈 봇을 병렬로 가동해 각기 다른 작업을 분산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용자는 단순한 작업 지시자가 아닌 오케스트레이터로서 각 데빈의 진행 상황을 조율하면 된다. 이 기능은 대형 개발 조직의 작업 흐름을 정비하고 유연성을 높이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추가된 ‘인터랙티브 플래닝’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가 아이디어의 개요만 제시하면 데빈이 이를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작성해주는 구조다. 아울러 새롭게 내장된 코드 분석 기능은 코드베이스 전체를 스캔해 관련 파일을 식별하고, 최적화나 오류 수정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데빈 위키’와 ‘데빈 서치’는 코드 문서화를 자동화하고 프로젝트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빈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사용성 문제, 지나치게 추상적인 코드 설계 등 한계가 지적되어온 만큼, 이번 업그레이드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실용적인지를 의심하는 시선도 남아있다.
코그니션AI는 이러한 의구심을 '성장통'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능한 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이 데빈 2.0을 통해 생산성과 협업의 미래를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AI 코딩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데빈 2.0의 부활 여부는 향후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