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사용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이를 규율하기 위한 입법 조치도 속속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다. 주요국 의회가 발 빠르게 규제안을 마련하면서, 금융 시스템 내 디지털 자산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추세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최대 2조 8,000억 달러(약 4,088조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규제가 미비한 관할권에서는 개인과 기업 사이에서 스테이블코인 채택이 눈에 띄게 확대됐고, 안정성 및 접근 용이성이 확산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주도의 하원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안을 본회의 표결 단계까지 끌어올리며 이례적인 입법 성과를 내고 있다. 해당 법은 주(州)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전반적인 규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자산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명확성이 크게 제고될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은 연방 차원의 감독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항 수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측은 디지털 자산 흐름을 통제할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어, 기조 합의는 이루어진 상태다. 최근 협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연내 법안 통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선도적인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시행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2년 포괄적인 관련 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2023년부터 이를 본격 적용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나 신용금고, 등록된 자금이동업체만 발행할 수 있고, 엔화 등 실물 자산에 가치가 1:1로 고정돼야 한다. 또한 발행자는 매입자에게 상환 보장도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법적 기반 위에서 글로벌 거래소 크라켄(Kraken)의 일본 계열사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를 일본 내에서 출시했다. 일본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이 조치는 현지에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정착시키는 데 중대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등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와 달리 가격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부각되며, 글로벌 결제시장과 무역 분야에서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국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제도에 정식 편입되는 흐름은 디지털 금융 전환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각국의 법제화 속도가 이 생태계의 방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