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비트코인의 가격 급락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depegging) 현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레이시 첸(Gracy Chen) 비트겟(Bitget) 최고경영자(CEO)는 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유동성과 디파이(DeFi), 투자자 신뢰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라며 “가치 고정이 무너질 경우 시장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첸 CEO는 2022년 테라USD(UST) 붕괴 사태를 예로 들며, 당시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이 수십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켰고, 관련 디파이 프로토콜과 거래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현재 구조적 취약성에 기인한 것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투명성과 담보 자산의 품질, 그리고 책임성 측면에서 여전히 시장 신뢰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테더(USDT)는 아직까지 완전한 외부 회계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 역시 2023년 미국 중소은행 파산 사태 당시 은행에 예치된 자산 일부가 노출돼 일시적으로 1달러 페그를 이탈한 바 있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구조적으로 더욱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담보 없이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방식은 시장 변동성이 심화될 경우 쉽게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첸 CEO는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 담보 자산에 대한 실시간 검증 체계를 갖추고, 담보 품질을 미국 국채 등 고신용 자산 위주로 구성하는 한편, 발행사의 재무 건전성과 리스크에 대한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와 공시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별 규제당국이 기준을 통일해 감독을 강화하고, 투자자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와 리스크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겟은 자체적으로 온체인 검증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투자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동시에 특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첸 CEO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현재 소수 발행사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구조는 또 다른 시스템 리스크 요인”이라며 “하나의 스테이블코인이 붕괴되면 디파이, 거래소, 투자자 자산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국의 규제 환경은 상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은 'MiCA'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발행 요건과 자산 기준 등을 정비하며 제도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첸 CEO는 “현재 유통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은 약 1,400억 달러 규모로, 이들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전체 가상자산 시장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진정한 금융 신뢰 기반 자산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위기는 비트코인이 아닌, 사람들이 디지털 달러라 믿고 있던 자산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발생할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반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