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기반 디파이(DeFi) 생태계가 한계에 봉착했다. 레이어2 솔루션이 약속했던 확장성은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유동성을 조각내며 자본 비효율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솔라나(SOL)로 관심을 돌렸지만, 이 역시 밈코인 중심의 단기 투기 열풍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분열된 생태계와 투기적 흐름에 기대어선 지속 가능한 탈중앙 금융 시스템이 불가능하다며, 디파이는 비트코인(BTC) 위에서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더리움은 한때 디파이의 본거지였지만, 최근 들어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레이어2가 등장했지만, 네트워크 간 유동성 공유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각 체인은 서로 경쟁하며 오히려 자본의 비효율성을 키우고 있다. 이더리움 측이 제안한 ‘체인 추상화’는 개념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인센티브 구조의 불일치로 인해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했다. 결국, 사용자와 개발자들은 점차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안으로 떠오른 솔라나는 기술적 장점을 갖췄다. 빠른 처리속도, 낮은 수수료 덕분에 개발자 유입은 급증했고, 탈중앙 거래소 거래량도 이더리움을 지속적으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 상승 이면에는 밈코인 중심 투기 열풍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TRUMP 밈코인을 포함한 솔라나 기반 토큰에서 추출된 자금 총액은 최소 36억 달러(약 5조 2,600억 원)에서 최대 66억 달러(약 9조 6,400억 원)에 달한다. 지속 가능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유동성 채굴기’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진정한 디파이를 구현하기엔 토대가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 기반 디파이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초 기준 3억 달러(약 4,400억 원)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디파이의 총예치금(TVL)은 2025년 2월 말 현재 54억 달러(약 7조 8,800억 원)로 1700% 넘게 상승했다. 바빌론(Babylon), 롬바드(Lombard), 솔브BTC(SolvBTC) 등 새롭게 부상한 스테이킹 중심의 프로토콜이 이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자산 생산성의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중요하게는, 비트코인 디파이는 이더리움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유의 금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시레이트 기반 토큰화, 듀얼스테이킹 같은 혁신적 개념이 도입되고 있으며, BRC-20과 오디널스(Ordinals)로 인해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트랜잭션 수와 수수료 수익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인스크립션(디지털 각인)은 6,670만 건에 도달했고, 누적 수수료는 4억 2,000만 달러(약 6,130억 원)를 넘어섰다.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에서 토큰화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흐름은 비트코인이 향후 디파이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시가총액 1조 7,000억 달러(약 2,482조 원), ETF 보유량만 940억 달러(약 137조 원)를 기록하며 막대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 일부만이라도 디파이로 유입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일 만큼, 제도권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 위에서 구축되는 디파이 생태계는 투기와 단기 유동성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안전한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이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새로운 금융 프로토콜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더리움은 전성기였고, 솔라나는 화제성에 집중했다. 지금은 비트코인이 사토시 나카모토의 원래 비전을 실현할 준비를 마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