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미국 주요 은행 최초로 암호화폐 장외시장(OTC) 거래를 실시했다. 대형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파생상품 확대는 암호화폐가 자산 유형으로서 한 단계 더 성숙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2022년 3월 2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전문 금융업체 갤럭시디지털과 비트코인 차액결제옵션(Non-Deliverable Option) 상품을 거래했다고 발표했다.
차액결제옵션은 상품 만기일에 행사 가격과 만기 시점의 현물 가격의 차액만을 정산하는 옵션 상품이다. CME 비트코인 선물 같은 거래소 기반 상품과 비교해, 시장과 훨씬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디지털자산 사업부가 진행한 최초의 암호화폐 장외시장 거래로, 암호화폐 기관급 시장 발전에 있어서 주목할만한 진전으로 해석된다. 장외시장(Over-The-Counter, OTC)은 장내시장이 아닌 외부 시장에서 '중개기관'을 통해 개별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에 더욱 직접 관여하고 더 큰 리스크를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데미안 밴더윌트(Damien Vanderwilt) 갤럭시디지털 공동대표는 "골드만삭스는 고객 대신 암호화폐 시장에 직접적이고 맞춤가능한 투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라면서 "큰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것은 시장의 성숙도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거래가 OTC를 디지털 자산 거래 채널로 고려하는 다른 은행들에게도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3월 비트코인 거래데스크를 개설한 이래 점점 더 암호화폐 분야 깊숙이 진입하고 있다. 비트코인 담보 대출 상품 등 다양한 노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최초의 연방 디지털 자산 은행을 출범한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에 투자 참여하기도 했다. 안드레이 카잔체프(Andrei Kazantsev) 골드만삭스 암호화폐 거래책임자는 2021년 12월 "암호화폐를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은 다양하고 이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더 많은 암호화폐 파생상품 수요를 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도 '암호화폐' 접근
골드만삭스 뿐 아니라 많은 전통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를 시장 기회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자산 유형으로 수용하고 있다. 채택할 경우, 위험이 수반됐던 불안정한 자산에서 새로운 수익과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의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15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도 암호화폐 펀드 투자를 준비 중이라고 2022년 3월 21일 코인데스크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2021년 5월 헤지펀드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실이 있지만, 브리지워터 헤지펀드가 직접 암호화폐를 자산유형으로 수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지펀드는 우선 간접적인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할 방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친(親) 암호화폐 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탈(Silvergate Capital)의 주식에 '매수 등급'을 매기고 목표 주가를 현 시세 대비 50% 상승한 200달러로 설정했다. 이같이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한 이유는 메타(전 페이스북)의 '디엠(Diem)'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BoA 애널리스트 팀은 "디엠(Diem)의 자산을 인수한 뒤 실버게이트 캐피탈은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대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포지션에 놓였다"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실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실버게이트에 투자하면 암호화폐 생태계 성장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라면서 "향후 3년간 실버게이트의 대차대조표는 일반 은행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안정한 시장과 규제 불확실성에도 금융기관이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게 된 배경에는 '강력한 고객 수요'가 있다. 금융기관들은 암호화폐 자산 유형에 대한 높은 고객 관심이 확인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22년 3월 21일 핀볼드 보도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오스트레일리아' 블록체인 위크 컨퍼런스에 참석한 비자, 맥쿼리, 커먼웰스 은행, JP모건 등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 대표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고객 수요는 여전히 많다"는 사실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고객들이 금융기관이 보다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호주 대형은행인 커먼웰스는 고객 요구에 따라 개인 및 기관 투자자를 위한 신규 암호화폐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소피 길더(Sophie Gilder) 블록체인·디지털 자산 부문 총괄은 "최근 인앱 암호화폐 거래 출시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고객 반응을 이끌어냈다"라면서 "향후 몇 개월 동안 암호화폐·블록체인 팀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도 상당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