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 역량이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3일(현지시간) 더블록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부 김성진 과장은 국회 세미나에서 “외국인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에 공감한다”고 발언하며, 국내 거래소가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을 충족할 경우 외국인 대상 거래소 이용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글로벌 유동성 유입을 가능케 할 정책적 변화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 규제는 외국인의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실명계좌 기반 원화 입출금 시스템이 내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구조이다. 이에 따라 한국 거래소에서는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 프레스토리서치의 피터 정(정우진) 리서치 총괄은 “외국인 투자 허용은 사실상 자본 계정 통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총괄은 한국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기조에 발맞춰 정책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시장 개방은 국내 암호화폐 산업의 활력을 높이고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 접근이 가능해지면 시장 왜곡 요인인 김치 프리미엄 해소와 함께 거래소 간 가격 일원화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금융위는 국내 거래소의 AML 역량이 아직 미흡하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질적인 개방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 2022년 3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트래블 룰(Travel Rule)’을 도입하며 AML 체계를 마련하였다. 해당 규정은 100만 원 이상의 암호화폐 송금 시 송·수신자 정보를 수집·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주요 거래소는 이 기준 이하 거래에도 트래블 룰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가 등록되지 않은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를 지원한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업비트의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제재는 보류된 상태다. 이는 국내 규제의 불확실성과 거래소의 책임 범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여전히 정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암호화폐 시장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알트코인 중심의 거래 비중이 높은 구조다. 지난 3월 기준 업비트의 월 거래량은 850억 달러를 넘어서며 글로벌 주요 거래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