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은 투명성과 보안성, 불변성이라는 특성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2020년 7월 디지털 뉴딜 정책의 5대 과제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하고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유망성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 '양자컴퓨터'를 통해 블록체인이 해킹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자컴퓨터란 무엇일까?
"현존 기술로 100만 년 걸리는 1024비트 암호 해독을 10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전력 소모량은 600분의 1 수준인 0.05MW로 줄어든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따라 자료를 처리하는 미래형 컴퓨터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기존 컴퓨터로 100만년이 걸리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몇 시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큐비트(Qubit)라는 양자적 상태의 조합을 활용해 연산한다.
큐비트의 경우 기존에 0과 1의 값을 중첩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빠른 연산이 가능해진다. 큐비트의 연산은 큐비트의 수 만큼 빠르고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다. 비결정성을 가지기 때문에 다양한 상태에 대한 결과값을 도출해낼 수 있다.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는 다양한 원인과 요소를 고려하고 표준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 복잡한 문제들, 즉 최적 경로, 암호해독, 시장 분석, 기체 등 복잡계 분석, 자연어 분석 등 디지털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기술이다.
각국 개발 상황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국은 양자컴퓨터와 항공우주, 빅데이터 등 6개 이상의 분야를 핵심기술로 인식해 2021년 약 6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2021년 3월 4일(현지시간) 미국 복합 기업 하니웰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실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2018년 '양자법'을 제정하고 5개의 양자정보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해 지원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을 위해 1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하고 12개의 연구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양자 전쟁'의 맞수인 중국은 양자컴퓨팅을 '30년 국가전략구현'의 6대 중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포함시키고 양자굴기를 추진 중이다. 당국 최고 지도층의 관심으로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제13차 중국 5개년 계획'에서 국가의 전략적 연구개발 분야로 설정하고 양자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17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은 2017년 13조 원 규모의 국립양자과학연구소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향후 제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양자 기술과 AI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비용을 연평균 7% 늘리겠다고 밝혔다.
토큰포스트 주요 기사를 뉴스레터를 통해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일본은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을 해킹할 위험이 높다는 판단 하에 블록체인의 안전성을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8년부터 양자기술 관련 전문가 회의를 진행해왔다. 2019년에는 내각부가 '종합 이노베이션 전략 2019'에 양자기술 추진 내용을 반영했다. 2020년 1월에는 ‘양자기술 이노베이션 전략’을 책정하고 적극적인 양자기술 육성을 추진했다.
양자 암호장치의 상품화를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보안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양자 통신·암호링크 기술을 핵심 기술에 포함시켰다. 5년 후 도시권 내 10Mbps의 양자 암호통신, 10년 후 도시 간 양자 암호통신으로 기술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양자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 6월 10일 양자기술의 경쟁력 강화와 양자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개정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했다.
해당 특별법을 통해 정부는 양자암호 및 통신, 양자센서 및 소자, 양자컴퓨터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등 6가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사물인터넷이나 블록체인, 양자기술 인재양성에 8년 간 매년 8억 원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 위협…“아직은 이르다”
양자컴퓨터는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알파벳 CEO는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양자컴퓨팅은 5년~10년 사이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암호화를 깨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런던 보안 업체 포스트 퀀텀의 CEO 앤더슨 쳉(Andersen Cheng)은 "양자컴퓨팅 기술로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활발한 활용 사례인 비트코인을 해킹하는 데 2년이 걸릴 것이라는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암호화 무력화를 걱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금의 암호화 보안 시스템을 해제하려면 양자컴퓨터는 비약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양자컴퓨터는 2019년 10월 구글이 공개한 54큐비트의 양자칩 '시카모어(sicamore)'다.
미국 사이버 보안 컨설팅회사 메드 사이버시큐리티의 CEO 롭 캠벨(Rob Campbell)은 "지금까지 개발된 양자컴퓨터는 100큐비트 미만인데 암호화 알고리즘을 깨려면 적어도 4~500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각국 양자컴퓨팅 시대 대비 중
주요국 정부들은 이미 전 세계 암호 기술 연구자들과 양자컴퓨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영국 국립사이버보안센터(NCSC)는 정부기관과 군사 분야에서 양자컴퓨터의 위협을 막을 최적의 대안은 양자내성암호라고 발표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2016년부터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를 통해 양자내성 알고리즘 표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5월 25일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국가정보원의 협업으로 양자컴퓨터 공격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암호 알고리즘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위한 양자내성암호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세력이 기술을 독점해 악용한다면 블록체인은 물론 IT 기술 전반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개발자들과 국가에서 양자컴퓨터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고 양자컴퓨팅을 이용해 오히려 블록체인 시스템의 네트워크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재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무역관은 "변화하는 양자기술의 트렌드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빠르게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해당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창출되는 공급망 기회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