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핀센)가 블록체인 분석업체 출신 기술 전문가를 기관 수장으로 임명하며 블록체인 관련 역량 강화에 나섰다. 암호화폐 월렛 규정 수립을 서둘렀던 케네스 블랑코(Kenneth Blanco) 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리더십 교체를 통해 미국에서 기술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암호화폐 규정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1년 4월 2일(이하 현지시간) 핀센은 케네스 블랑코 국장의 사임에 따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마이클 모지에(Michael Mosier)를 국장 대행으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랑코 전 국장은 4월 9일 물러나며 모지에는 4월 11일 국장 대행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마이클 모지에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9개월 동안 블록체인 추적·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CTO를 지냈다.
체이널리시스는 2014년 설립된 블록체인 데이터 추적·분석 업체다.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이나 불법 사용을 차단해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사용자 규제 이행을 돕기 위한 기술·법률 솔루션을 제공한다. 암호화폐 거래 활동을 모니터링해 고위험 거래를 식별하고 사법기관, 규제기관, 민간 기업이 불법 거래를 파악하고 거래소 해킹을 추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를 통해 블록체인 업계에 입문하기 전 마이클 모지에는 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 부국장, 법무부 자금세탁·자산회수 부문 차장,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초국가적 조직범죄 책임자 등 공직에서 생활했다.
2020년 2월 핀센에 합류해 부국장 겸 첫 디지털혁신책임자를 역임했으며 3월부터 최근까지 재무부 차관 자문역을 맡았다.
블랑코는 "신임 리더십들은 폭넓은 경험을 가진 숙련된 전문가들이며 핀센과 타 정부 기관에서 리더십을 입증한 바 있다. 혁신과 산업 규제를 선도하고 역사적이고 전면적인 자금세탁방지법을 시행함에 따라 핀센의 지속성을 보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핀센, 암호화폐 감독 역량 강화 또는 규제 개선
핀센은 금융기관의 보고·감독 의무사항에 대한 규제 강화 및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금융 범죄 변화에 대한 기관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규제를 통해 대상 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위해서다.
암호화폐 산업은 핀센이 주목하는 주요 규제 대상 산업이다. 이번 리더십 교체도 암호화폐·블록체인에 대한 높아진 정부의 관심을 반영한다.
케네스 블랑코 핀센 국장은 2019년 10월 암호화폐 기업이 다른 업계와 동일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규제 강화 의지를 밝혔었다.
핀센은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전 재무 장관 하에 2020년 12월 18일 비수탁형 월렛 관련 거래 기록의 보관 및 신고를 의무화하는 신규 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해당 규정은 업체가 비수탁 월렛 관련 3000달러 이상 거래에 대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고 1만 달러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핀센에 의무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업계와의 논의 없이 급속도로 추진돼 업계 반발이 있었다. 월렛 규정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 속도가 다소 늦춰진 상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기술 이해를 갖춘 새로운 리더십이 핀센과 산업에 가져올 변화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더욱 강력한 감독 방안을 마련할지, 보다 유연하고 산업에 협력적인 규제 방안을 통해 산업 발전과 규제 이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