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검토 중이라고 은행 정책위원 이브 메르시가 밝혔다.
이브 메르시 정책위원은 11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가 진행하는 분산형 컨퍼런스 '컨센서스'에서 현재 유럽중앙은행의 주관심사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소매용 CBDC라고 발언했다.
정책위원은 올초 유럽중앙은행이 CBDC를 전문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조직했으며 몇 주 내 예비 보고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위원은 금융기관으로 제공 대상을 한정하는 도매형 CBDC는 기존의 사업과 대체로 동일한 모습이지만,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형 CBDC는 판도를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브 메르시 위원은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소매형 CBDC가 "중앙 원장이 없이, 탈중앙 방식으로 유통되는 디지털 토큰을 기반으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위원은 CBDC 생성을 고려하는 기준 중 하나가 현금 사용의 감소인데, 지난 3월 기준 유로 지역 내 현금 유통량은 190억 규모로 감소 수준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위원은 "일부 국가에서 전자 결제로 인해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있지만 유로 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든 거래의 약 76%가 현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제 규모의 절반 이상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위원은 CBDC 사용이 은행권과 다른 중개기관을 몰아낼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주제들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DC 도입이 금융 위기의 여파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위원은 "일반 가구가 시중 은행권을 1:1로 CBDC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 은행 예금보다 리스크 없는 CBDC 보유가 훨씬 매력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대형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디지털 뱅크런을 일으켜 위기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 거래의 추적 기능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약화시킬 있다는 점도 짚었다. 위원은 “토큰 기반 디지털 화폐가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 법적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은 중앙은행이 CBDC 유통과 거래 처리를 중개업체에 맡길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들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공 업무를 민간기업에 위탁해도 되는지, 해당 민간기업은 어떤 유형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지 등이 이러한 문제에 포함된다.
정책위원은 같은 날 질의응답(AMA) 세션에서도 CBDC에 대한 은행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위원은 유로존 CBDC 모델 중 하나는 중앙은행이 3억 개에서 5억 개의 계좌를 관리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이 운영하는 계좌 수는 1만 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위원은 발전된 현대 기술을 통해 최대 3억 개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다는 데 확신을 드러냈다. 위원은 "물론 대규모 운영이고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CBDC 구현에는 기술적인 제약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브 메르시 위원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현재 CBDC를 연구하는 '분석 단계'에서 관련 정책 결정을 내리고 테스트에 들어가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위원은 향후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기 앞서 은행이 CBDC 도입을 준비하기 원한다고 설명했다.
위원은 "현재는 분석 단계지만 정책적 단계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면서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두어달 안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실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2년부터 유럽중앙은행에서 일한 이브 메르시 정책위원은 2014년 비트코인을 '위험한 대안 결제 시스템'이라고 보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에 대해서도 ‘유로’에 해로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